겨울에도 러닝 열풍은 식을 줄 모른다. 하지만 기온이 낮은 요즘 같은 날씨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추위로 근육과 인대가 경직된 상태에서 무작정 달리면 오히려 부상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범 순천향대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특히 한국인에게 많은 휜 다리(내반슬)를 갖고 있거나, 과체중이라면 달리기가 무릎 연골 손상을 앞당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달 17일 서울 순천향대서울병원에서 만난 그는 “한 번 닳은 연골은 동일하게 재생되지 않고, 시중의 건강기능식품도 효과가 없다”며 안전한 달리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부상을 방지하려면 “무릎 관절이 흔들리지 않도록 허벅지 근육을 키우고, 좁은 보폭으로 뛰는 것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달리기가 무릎에 부담을 주진 않습니까.관절이 건강한 사람에게 달리기는 무릎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매우 좋은 운동입니다. 하지만 달리면 안 되는 사람도 분명히 있어요. 고도 비만이거나 이미 연골 손상이 있는 경우, 다리가 O 자로 휜 내반슬이 있는 사람에겐 오히려 해가 됩니다. 특히 내반슬은 체중이 무릎 안쪽 연골에 집중돼 남들보다 연골이 더 빨리 닳아요. 이런 분들이 무작정 뛰면 관절 손상이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비만한 사람은 체중 부하가 적은 실내 자전거나 수영을 먼저 권합니다. 체중을 줄이거나 관절 상태를 점검한 후 달리는 것이 안전합니다.
-겨울철 야외 러닝은 부상 위험이 클 것 같습니다.겨울에는 기온이 낮아진 탓에 근육·인대·관절이 모두 수축해 탄력이 떨어집니다. 유연성이 줄어든 상태라 작은 충격에도 손상이 오기 쉽죠. 추위 때문에 신체 반응 속도가 둔해져 울퉁불퉁한 노면이나 돌발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입니다. 따라서 준비운동을 평소보다 철저히 하고 보온에 신경 써야 합니다.
특히 달리기는 체중 충격이 그대로 관절에 전달되는 운동이기 때문에 관절 연골이나 반월판 연골 손상이 발생할 위험이 큽니다. 반면 자전거는 체중이 실리지 않는 운동이라 주로 허벅지 근육이 붙는 무릎 앞쪽 힘줄 부위에 통증이 나타납니다.
-부상을 막고 잘 뛰기 위한 비법이 있다면요.핵심은 좁은 보폭과 허벅지 근력입니다. 보폭을 좁게 하고 발놀림을 빠르게 하는 게 중요해요. 아마추어라면 분당 160~180회의 발 디딤 횟수가 적당합니다. 착지는 발바닥 중간인 미드풋(mid-foot)으로 하는 게 좋습니다. 뒤꿈치 착지는 충격이 무릎으로 바로 전달되고, 앞꿈치 착지는 종아리·아킬레스건 부상 위험이 있어요. 달리기 기술만큼 중요한 것이 허벅지 근육 강화입니다. 이 근육이 무릎뼈(슬개골)를 잡아주기 때문에 부상 방지에 매우 효과적입니다.
-무릎 보호대나 러닝화 같은 장비가 부상 방지에 도움이 될까요.러닝화는 부상 방지에 매우 중요해요. 달리기를 할 때는 슬리퍼처럼 바닥이 딱딱한 신발은 피하고, 쿠션감이 충분한 러닝화를 신어야 합니다. 다만 굽이 지나치게 높거나 에어쿠션이 과도한 제품은 발목 접질림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해요. 무릎 보호대를 하면 덜 아픈 것 같다, 안정감이 있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는데, 연구 결과에는 이런 보조기기가 무릎을 보호해주진 못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다만 무릎 보호대를 하면 약간의 안정감을 느낄 수 있고, 무릎 관절 온도가 올라갈 수 있어요. 관절 온도가 오르면 관절 기능이 조금 개선된다는 연구는 있으니, 그런 쪽으로는 일부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달린 뒤 무릎이 아플 때, 단순 근육통인지 병원에 가야 할 문제인지 어떻게 구별합니까.무릎 앞쪽이 뻐근한 정도라면 대개 힘줄염이나 근육통일 가능성이 높아요. 쉬면서 얼음찜질을 하면 대부분 좋아집니다. 하지만 무릎 안쪽이나 바깥쪽 부위 통증, 걸을 때 무언가 걸리거나 무릎이 어긋나는 느낌이 들면 반월판 연골 손상 등일 수 있으니 지체 말고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치료는 어떻게 합니까.무릎 안에는 연골이 두 종류가 있습니다. 관절 연골과 반월판 연골이에요. 대퇴골과 경골의 관절 부분에 있는 게 관절 연골이고, 관절 연골을 보호하는 게 반월판 연골입니다. 반월판 연골이 찢어지면 위아래 뼈의 완충 기능이 사라져 퇴행성 관절염으로 빨리 진행될 수 있어요. 연골은 원래대로 재생이 안 됩니다. 연골 관절이 손상되면 다른 연골이 차오르긴 하는데, 새로 난 연골은 비교적 딱딱해요. 그래서 연골 관절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치료는 ‘자기 관절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 원칙이에요. 약물·주사 치료를 하고, 찢어진 부위가 있으면 봉합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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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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