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Stars We Do Not See: Australian Indigenous Art-내셔널 갤러리, 워싱턴 DC-
▶ ‘우리가 보지 못하는 별들’
호주 원주민과 토레스 해협 제도 주민의 미술을 소개하는 이 전시는 호주 밖에서 열리는 역대 최대 규모다. 6만 5천 년에 걸쳐 250개 이상의 국가를 연결하는 시각적 실마리가 된다. 19세기 후반부터 오늘날까지 작가 130명의 작품 200여 점을 통해 폭넓고 뛰어난 예술성을 만나게 된다. 멜버른 빅토리아 국립미술관 소장품에서 선정된 걸작품들로 지금까지 호주를 떠난 적이 없는 것들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 지속된 호주 원주민 문화의 놀라운 폭과 아름다움을 느낀다.
우리가 전시 소개 이전에 알아야 할 것은 호주 원주민에 대한 역사적 배경이다.
호주에는 원주민과 토레스 해협 제도민이라는 두 개의 원주민 집단이 살고 있다. 원주민들은 오늘날 호주 본토와 태즈메이니아에, 토레스 해협 제도민은 호주 북동쪽 해안의 군도와 파푸아뉴기니 해저에 뿌리를 두고 있다. 호주 원주민 예술은 이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들은 각자 고유 언어와 관습 그리고 역사를 가진 여러 집단으로 구성되었다. 1788년 영국이 이 땅에 도착하기까지 600개가 넘는 부족이 존재했고, 250개가 넘는 언어 집단과 500개가 넘는 방언을 사용했다. 영국인들은 이 땅에 사람과 문화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토착민에 대한 강제 이주를 정당화했고 이는 토지, 문화 등 자치권 상실로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원주민 및 토레스 해협 제도민 공동체는 여전히 번영했으며 그들의 힘과 회복력을 보여주었다. ‘국가’라는 개념은 호주 원주민에게 매우 중요하다. 국가는 개인의 정체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한 사람의 국가를 나타내는 지표이자 조상 대대로 전해오는 유대감을 가진다.
이들의 역사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호주 원주민 예술가들의 그림이 추상 미술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림의 유동적인 형태나 촘촘한 패턴은 암호화된 조상의 지식, 때로는 꿈의 표현이다. 이러한 서사는 특정 언어 집단의 구성원과 국가의 형성, 조상과 영적 존재에 대한 상징이다.
전시 타이틀은 욜누족 출신 예술가였던 ‘굴룸부 유누피누’를 기리기 위해 명명되었다. 오늘날 <별의 여인>으로 알려진 유누피누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알려진 것과 알 수 없는 것의 관계를 탐구했다. 그녀의 아버지가 전해준 욜누족 우주의 창조에 대한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 스타일로 발전시켰다. 밤하늘을 표현할 때 보이는 별은 십자가, 보이지 않는 별은 점으로 묘사한 것처럼.
전시작품 중 많은 그림의 캔버스가 된 나무껍질은 호주 최북단 지역의 재료다. 이 관습은 20세기 초 유럽인과의 접촉에 대한 창의적인 반응으로 등장했다. 당시 볼드윈 스펜서라는 영국인 생물학자가 아넘랜드의 예술가들에게 유칼립투스 나무껍질 한 장에 비유적인 모티프를 그려 달라고 했다. 그때까지 이러한 디자인은 동굴 벽, 나무껍질 은신처, 인체 등 의례용 물건에 그려졌기 때문에 제작 장소를 넘어서는 공유가 불가능했다. 이 최초의 휴대용 그림들은 하나의 운동으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신성한 주제를 그릴 문화적 권리를 가진 원주민 남성들이 주도했고, 이어서 여성들도 나무껍질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재료, 색상, 디자인을 혁신적인 방식으로 탐구하는 접근법을 제시하게 된다.
대형 회화작품 <모닝 아일랜드>는 1924년-2007년까지 83년 동안 8명의 작가가 릴레이식으로 그렸다. 세대를 어우르며 담아낸 제스처, 색, 리듬을 음미하며 그 속에서 그림 이상의 것을 읽었다. 이 전시는 미국에서 호주 원주민 미술의 깊이와 다양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전시 기획과 작품성 면에서 매우 야심차며 많은 작품이 북미에 처음으로 소개된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크다.
이 프로젝트가 방대하고 복잡한 민족적 전통을 하나의 내러티브로 정리하는 데 본질적인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규모가 크고 포괄적이라도 하나의 전시로 250여 민족의 모든 문화적 뉘앙스를 담아낼 수는 없다. 모처럼 야심차게 기획한 내셔날 갤러리의 전시 관람을 적극 권한다.
전시는 내년 3월 1일까지 진행된 후, 콜로라도주 덴버 미술관, 오리건주 포틀랜드 미술관, 매사추세츠주 피바디 에섹스 박물관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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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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