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 가디언에 지난달 눈길을 끄는 칼럼이 실렸다. 앨리스 래스먼이라는 젊은 경제 평론가의 글이었다. 미국의 젊은 세대, 즉 Z세대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지 못하는 경제구조와 주류 경제학의 문제점을 꼬집는 내용이었다. 래스먼은 기성세대에겐 안락한 집과 가족, 편안한 노후를 제공했던 경제 시스템이 작동을 멈췄으며, 2025년 현재 미국 Z세대의 경제학은 ‘환멸의 경제학(Disillusionomics)’이 됐다고 주장했다.
■ 기존 경제학과 경제체제에서 배척당한 미국의 Z세대를 설명하는 새로운 틀이 ‘환멸의 경제학’이다. Z세대는 코로나19가 휩쓸 때 온라인으로 학업을 마쳤고, 졸업 후에는 높은 생활비와 정체된 임금, 이제는 인공지능(AI)의 일자리 위협에 마주하고 있다. 높은 육아비 때문에 아이를 포기하는 경우가 늘고, 일반 물가의 두 배 이상 치솟은 집값 때문에 Z세대의 3분의 1은 ‘평생 집을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앨리스는 이렇게 말한다. “시스템에 대한 기대를 포기한 Z세대의 불만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 한국 Z세대도 환멸의 경제학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20, 30세대의 40.0%가 ‘10년 후 대한민국이 지금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정 응답률이 40대(34.5%)보다 5.5%포인트나 높았다. 저출생·고령화, 사회·정치적 갈등, 계층 이동 사다리 붕괴, 포퓰리즘 정책을 이유로 꼽았다. 비관적 경제관 때문일까. 이들은 이전 세대보다 재테크에 집중하는데, 응답자의 19.7%가 전체 수입의 41% 이상을 재테크에 투입 중이다.
■ 우리 Z세대의 ‘경제 환멸’ 지수는 세계적 수준일 것이다. 환멸의 근본 원인은 △어릴 때부터 치열한 학업 경쟁 △치솟는 집값 △부실한 연금 등 눈에 보이는 것에만 있지 않다. △주식은 투자이지만, 부동산은 투기 △청년 일자리 빼앗는 AI 팩토리와 65세 정년 연장의 공존 등 한정된 국가 자원을 앞 세대에 몰아주는 불공정한 구조에 좌절한다. 지속 가능한 경제는 조카를 배려하지 않는 삼촌 세대의 각성에서 시작된다.
<조철환 / 한국일보 오피니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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