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멋이란 무엇일까, 화려한 옷차림이나 유려한 말솜씨가 아니라, 세월 속에서 조용히 다져진 내면의 향기일 것이다. 젊었을 때는 외모는 물론 대화와 행동에서 느껴지는 지성의 깊이와 이해심의 폭을 갖춘 인격자가 참 멋있다고 느껴졌다.
살아오면서 젊음의 속도감과 중년의 무게감, 또 노년의 여유 등 나이마다 다르게 빛나는 삶의 결을 비교하면서 “지나온 세월이 주는 멋”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으며, 나의 안목도 넓어지고 참 멋의 정의도 성숙하게 익혀졌다.
공자가 말한 지천명(知天命)은 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에 이르면 사람은 비로소 세상의 멋을 안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삶의 멋이란 한 존재가 가진 시간과 흔적을 존중하고, 그 깊이를 느끼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온다는 건 /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 그는 그의 과거와 / 현재와 / 그리고 /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보고 / 햇빛은 번져와서 / 키워준 것일 마음이 오는 것이다......정현종의 “방문객”
인생은 모든 아름다움과 고통이 어우러진 긴 여정이다. 고비마다 남겨진 흔적들, 상처, 기다림, 기쁨과 눈물, 그 속에 삶의 선율이 스며있어서 삶의 고비를 다각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삶에 대한 이해심으로 인간성이 더 깊고 넓게 성숙하게 된 사람, 그러한 인격체가 순탄한 삶에서 저절로 나오지 않음을 오랜 경험으로 알 수 있다.
BC400경의 서양철학의 비조인 플라톤이 주장하는 5가지 행복은 “생활하기에 조금 부족한 듯한 재산, 칭찬하기에 약간 부족한 용모, 자신의 자만에 비해 부족한 듯한 명예, 중간정조의 체력, 자신의 연설을 듣고서 청중의 절반은 손뼉을 치지 않는 말솜씨”라는 것이다.
공즉생(空卽生)의 철학적 의미의 삶은 아니라도 조금은 비어서 채울 수 있는 여백이 있는, 뒤로 물러나도 후회되지 않는, 조금은 여유 있고 반쯤 후회되는, 완벽하지 않고 조금 부족한 그런 삶이 플라톤이 지양하는 행복의 조건이라니 조금 안심되는 요즘 우리들의 가슴이다.
인생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정신적 욕구를 가지지 못한 인간을 속물이다”고 했다. 이 말은 외향적인 멋만을 간절히 추구하며 내재적인 미에 관심이 적은 사람을 뜻한다. 그러나 이 구절도 현대 불확실한 시대엔 고전이 되고 말았다.
신자본주의 사회는 외모지상주의가 되었으며, 결혼, 취직시험 등 경쟁을 뚫기 위해서는 미용, 다이어트, 성형수술은 일종의 인생투자가 되고만 것이다. 명동을 걸어가는 처녀들이 다 비슷한 얼굴판에 오뚝한 코와 커다란 눈을 해서 자기 딸을 찾기가 어렵다는 조크도 있다.
그러나 시대를 초월해서 멋있는 삶이란,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으로 인류를 위해 더 좋은 세상이 되게 노력하는 사람이며, 일회성의 인생에서 생의 가치와 의의를 인식하고 후회 없는 삶을 가꾸어 가는 사람 즉 멋있는 사람이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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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자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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