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리콘밸리 능력주의 문화 반영…배아 IQ 예측 모델 정확도 별로 높지 않아
실리콘밸리에서 유전자 검사를 통해 지능지수(IQ)가 높은 자녀를 선택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의 베이 지역에서 인간 배아의 유전자 검사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의 현황을 전했다.
업체들은 여러 배아의 유전자 검사 결과를 토대로 미래의 IQ 예상치를 측정해 부모가 어떤 배아로 시험관 시술을 할지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비용은 적게는 6천 달러(약 800만원)에서 많게는 5만 달러(약 7천만원)에 달하지만, 베이 지역에서 이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상당한 수준이다.
업체 중 하나인 '누클리어스지노믹스'의 창업자 키안 사데기는 WSJ에 "실리콘밸리는 IQ를 사랑한다"며 "(실리콘밸리 이외 지역의) 일반적인 미국인이라면 자녀가 하버드대 교수가 되기보다 르브론 제임스가 되기를 바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버드 의대의 통계유전학자 사샤 구세브 교수는 이와 같은 소위 '유전 최적화' 현상에 대해 실리콘밸리의 능력주의 문화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들은 자신이 똑똑하고 성취를 이뤘으며, 좋은 유전자를 보유했으므로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그들은 자녀들도 똑같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도구가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생명윤리학자들은 배아 유전자 검사에 대해 경각심을 보인다. 행크 그릴리 스탠퍼드대 생명과학·법센터장은 "부자들이 슈퍼 유전자를 가진 계층을 형성해 모든 것을 차지하고 나머지를 노동자로 부린다는 건 과학소설에서나 볼 이야기"라며 "이게 공정한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나 최고급 유치원에서 IQ 검사 결과 제출을 요구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개방성도 높은 실리콘밸리에서는 부모가 그런 도덕적 딜레마에 시달리지 않는다고 WSJ은 설명했다.
배아 유전자 검사를 받는 사람 중에는 다산(多産)운동을 벌이는 이들도 있다. 시몬과 맬컴 콜린스 부부는 시험관 시술을 통해 자녀 넷을 출산했는데, 일부 배아에 대해 유전자 검사를 받았다.
시몬 콜린스는 지금 임신 중인 태아도 암에 걸릴 위험이 낮으며 매우 높은 지능을 보유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백분위 점수가 99%여서 선택했다면서 "우리는 그게 가장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른 베이 지역의 한 커플은 업체로부터 IQ와 알츠하이머 위험 평가 등 다양한 예측치를 기재한 결과지를 받고, 스프레드시트에 이를 입력해 자신들만의 수식으로 산출한 수식을 토대로 배아를 선택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제는 배아 IQ 예측의 정확도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예측 모델을 개발한 샤이 카르미 예루살렘 히브리대 교수는 이 모델을 이용한다고 해도 평균 3∼4점 정도 더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을 뿐이라며 "자녀를 신동으로 만들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구세브 교수는 "가장 높은 IQ를 가진 배아를 선택하는 것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 위험이 가장 높은 배아를 선택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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