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3일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은 주가가 전날보다 24% 넘게 뛰며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 배경에는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 혹 탄이 있었다. 중국계 미국인인 탄 CEO는 전날 3개 고객사(메타·알파벳·바이트댄스)와 차세대 반도체인 확장형처리장치(XPU)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XPU는 인공지능(AI)에 특화된 맞춤형 칩이다. 브로드컴이 신형 XPU 상용화에 성공하면 그래픽처리장치(GPU)로 AI 반도체 시장을 선점한 엔비디아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
AI 반도체 패권에 도전한 탄은 본래 반도체 전문가는 아니었다. 1953년 말레이시아 화교계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가난한 집안 형편을 딛고 장학금을 받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를 졸업한 기계공학도였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은 그는 펩시코, 제너럴모터스(GM) 등에서 재무 담당 임원 등으로 일하며 해당 기업의 경영 효율성을 높였다. 그 실력을 눈여겨본 미국계 사모투자회사 실버레이크 파트너스는 2006년 탄을 영입해 자사 소유 반도체 기업 아바고테크놀로지의 CEO에 앉혔다.
아바고의 경영을 맡은 탄은 과감한 기업 인수합병(M&A)으로 다양한 첨단 기술을 확보했다. 특히 1991년 설립된 미국의 통신용 반도체 개발 업체 브로드컴을 2015년에 370억 달러를 주고 사들인 것은 의미가 컸다. 브로드컴 합병 뒤 아바고의 사명을 브로드컴으로 고친 그는 더욱 공격적으로 연구개발(R&D)에 매진했다. 그 결과 2015년 10억 4900만 달러였던 연간 R&D 투자액이 지난해 93억 달러 수준으로 급팽창했다. 이는 2024년 엔비디아의 R&D 투자액(86억 7500만 달러)을 웃도는 엄청난 규모다. 탄은 재무 전문가답게 자린고비 경영으로 악명 높지만 단기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유망 기업 M&A와 R&D에 집중해 초격차 기술을 쌓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근시안적 재무제표 관리에만 매달리지 말고 한발 앞선 기술 투자로 트렌드를 선점해야 산업 패권을 움켜쥘 수 있다.
<민병권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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