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대학생들과의 간담회에서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판검사 출신이 너무 많이 들어왔다”며 “내년(19대 총선)에는 대폭 줄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23%가량인 39명이 법조인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홍 대표 자신과 황우여 원내대표, 이주영 정책위의장 등 핵심 당직자들이 모두 판검사를 지냈다. 한나라당 등 국민의힘 계열 정당은 과거부터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들이 많은 데다 이들이 당의 요직을 차지하는 경우가 빈번해 ‘법조당(黨)’이라는 말을 들어왔다.
하지만 22대 국회에서는 ‘법조당’ 브랜드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 넘겨주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2대 국회의 법조인 출신 당선인은 60명으로 역대 최다였다. 지역구에서 54명, 비례대표로 6명의 법조인이 금배지를 달았다. 정당별로는 국민의힘(17명)·국민의미래(2명) 등 여당이 19명인 데 비해 더불어민주당(37명)·조국혁신당(3명)·개혁신당(1명) 등 야당은 41명으로 2배 이상이었다.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 재판에서 이 대표의 변호를 맡은 김동아·양부남·박균택 변호사 등이 당선됐다. 박은정 전 법무부 감찰담당관도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14대 국회에서 25명에 그쳤던 법조인 출신 의원은 15대에 41명으로 급증한 후 줄곧 40~50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법조인 출신 금배지는 16대 41명, 17대 54명, 18대 59명을 각각 기록했고 19~21대에도 40명대에 이르고 있다. 법조인들이 국회에 많이 진출하는 것은 법적 전문성을 토대로 입법 활동을 주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이 있다. 반면 법조계의 기득권 대변에 앞장서거나 법률 지식을 정략적으로 활용해 소속 정당의 전위대나 방패 역할을 하는 데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22대 국회에서는 검찰과 사법부를 흔들어 삼권분립 훼손 등의 위헌적 행위를 하는 법조인 출신 의원이 없었으면 한다.
<임석훈 / 서울경제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