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밀레*는 성당의 종소리를 들었을까?
기도를 드리는 농부를 보고
그는 새가 날아가는 풍경과 모자를 든 손을 그렸고
그때 의사 듀피트렌**은 그 손을 보고 아파했다
하루종일 갈쿠리와 삽을 드는 농부의 손
오늘도 우리는 고마운 손을 본다
옥수수와 콩밭 고랑을 타작하는
트랙터를 운전하는 손
호미를 들고 김을 매는 손을 본다
어린 과수를 심고 가꾸어 열매를 익히고 따는
햇볕에 탄 농부의 손을 본다
나무에 약을 뿌리고 씻다가 손마디가 시려지고
열매상자를 들던 어깨는 기울어졌다
착한 손가락은 구부러지고
손바닥은 굳어졌다
땀에 젖은 주먹은 골이 패인 바위가 되었다
찬바람이 불었지만 맑은 날
버지니아 세인트 폴 정 성당에서
사람들은 무궁화 삼천리 강산을 우렁차게 부르고
오 찬란한 별의 반짝임을 노래했다
이어서 농부는 어린이의 낭송이 하나 둘씩 끝날 때마다
꼭 쥔 주먹 속에 써놓은 시편을 나누어 주었다
그 손길은 참되고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났다
은은한 종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2024년 3월 23일 한글학교 시낭송, 동화구연, 꿈 말하기 낭송대회에서.
*장프랑수아 밀레 1800년대의 프랑스의 화가.
**1800년대 프랑스의 외과의사.
<서윤석 국제PEN 클럽,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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