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초 2차 세계대전 당시 격전지였던 셰르부르 해군기지를 찾아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군을 대상으로 한 신년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의 승리는 유럽 안보의 종말을 의미한다”면서 ‘전시경제’에 돌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방위산업체에 더 많은 무기를 더 빨리 생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쟁 초기 러시아와의 대화에 매달렸던 마크롱 대통령의 인식이 180도 달라진 셈이다. 프랑스는 2030년까지 4,130억 유로를 국방력 강화에 쏟아부을 방침이다.
유럽 주요국들이 앞다퉈 무기 증강 등을 위한 방위비 증액에 나서고 있다. 영국은 올해 국방비로 역대 최대 규모인 500억 파운드 지출을 계획하고 있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올해 국방예산을 지난해에 비해 각각 28%, 5% 늘렸다. 병력 증강도 잇따르고 있다. 벨기에는 현재 2만 5,000명인 상비군을 2030년까지 2만 9,0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라트비아도 7,000명 규모의 병력을 5년 내로 5만 명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내년 국방비 규모를 518억 유로로 늘린 독일은 병력 자원 부족에 대처하기 위해 2011년 폐지했던 징병제를 부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 각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등으로부터의 안보 위협이 높아지면서 국방력 강화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카를 오스카르 볼린 스웨덴 민방위장관은 지난달 초 “머지않아 러시아와의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면서 “대비가 안 됐다는 걱정에 밤잠을 설친다”고 밝혔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위 체제 균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도 군비 증강을 부추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시절 나토 회원국들을 ‘안보 무임승차자’라고 부르며 방위비 분담을 요구해왔다. 유럽 지도자들 사이에서는 나토 전체 국방 예산의 70%를 미국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자체적인 전쟁 수행 능력을 갖춰야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도 주권과 평화를 지키려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자주 국방력을 키우는 데 주력하면서 안보 동맹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정상범 서울경제 수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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