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52) 환자가 ‘빨대로 숨 쉬는 것’ 같은 숨이 차서 필자에게 외래 진료를 받았다. 줄담배를 피우는 애연가인데다 젊을 때 폐결핵을 앓아 1년 6개월 정도 약을 먹었지만 가래가 자주 끓었다. 최근 동반자들과 등산하다가 자꾸 뒤쳐지자 이들의 권유로 병원을 찾은 것이다. 폐 기능 검사 결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이었다.
COPD는 장기간에 걸쳐 폐·기관지에 생긴 염증으로 기도가 좁아지는 질환이다. 염증으로 기침·가래가 생기고 기도가 좁아져 호흡곤란이 나타나는 게 대표적인 증상이다.
이 질환은 한 번 발병하면 완치할 수 없고 점점 악화하기에 아주 무서운 병이다. 흡연에 의한 기도·폐 손상이 주원인이기에 예방 및 치료를 위해선 금연해야 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흡연 외에도 결핵·기관지확장증·어린 시절 폐렴 등 폐 감염이 있거나, 유해가스에 노출되는 직업을 가졌거나, 폐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거나, 천식을 오래 조절하지 못했거나, 대기오염에 오래 노출되는 것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우리 몸 속 2개의 폐가 온전히 기능할 때를 100%라고 가정할 때 폐 기능이 50%라면 폐가 1개만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빨리 걷거나 등산할 때처럼 오르막을 오를 때 숨이 차 동년배보다 뒤처지게 마련이다. 이런 상태가 돼서야 환자들이 대부분 병원을 찾게 된다. 이처럼 폐가 50% 정도만 기능하면 숨이 찬 증상이 쉽게 나타난다.
COPD는 전 세계적으로 4억 명 정도가 앓고 있으며, 연간 320만 명이 목숨을 잃는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2020년 전 세계 사망 원인 3위에 올랐고, 2050년에는 대기오염 등으로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에 오를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있다. 고령화·공해·감염병 확산 등 환경적 요인으로 환자가 계속 늘고 있고 입원 환자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아 40세 이상에서 300만 명 정도(13.3%·건강보험심사평가원)가 앓고 있으며, 특히 65세 이상 고령 남성은 48.5%가 이에 노출되면서 질병 사망률 6~7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COPD를 인지하는 환자는 2.8%에 불과해 실제로는 전 세계 사망률과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COPD 자체만으로도 치명적이지만 심혈관 질환·암·감염병 등 동반 질환에 의해 더 쉽게 목숨을 잃는다. COPD 환자는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 등으로 갑자기 기침·가래·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심해져 외래나 응급실을 찾게 된다(급성 악화). 환자는 이 같은 급성 악화를 1년에 2회 정도 경험하는데, 급성 악화가 생기면 폐 기능은 급속히 저하되고 증상도 심해져 급성 악화도 더 자주 겪으면서 목숨을 위태롭게 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인플루엔자(독감)·폐렴·대상포진·코로나19감염증 등 폐 기능을 떨어뜨리는 질환의 예방접종이 중요하다.
COPD는 아주 흔하면서도 치명적인 병이다. 따라서 40세가 넘었는데 담배를 피우거나 폐결핵을 앓은 적이 있는 등 COPD에 걸릴 위험이 높으면 조기 발견해 위험 요소를 없애는 게 매우 중요하다. 특히 기침·가래·호흡곤란 등 호흡기 증상이 지속되면 가까운 병원에 가서 폐 기능 검사(본인 부담금 1만~2만 원 정도)를 받길 권한다.
<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