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도 모르게 아내의 손을 잡아 보았다. 나는 늘 아내의 손이 큰 줄만 알고 느끼고 있었다. 그 큰 손으로 아이들을 기르고 남편의 사역을 돕고 요리하며 특히 교인들의 힘들고 아픈 일들을 가슴에 안고 쓰다듬으며 보살피고 살아가는 줄만 알았는데 아내의 손이 너무 적은 것을 느끼며 가슴이 뛰며 무거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저 손으로 모든 일을 불평 없이 감당하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에 이르자 미안한 마음에서 왈칵 눈물이 났다.
왜 나 자신만 생각하고 아내에 대해서 깊은 생각은 하지 못했을까 이제야 철이 든 모양이다. 내 나이 80이 넘어서야 아내의 손길을 느끼며 되돌아본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이 새삼스럽게 깊이 느껴진다.
지금도 나보다 나이가 어리다고 모든 일은 다 시키며 대접만 받아보려는 내 심보가 부끄럽기도 하다. 참으로 모르고 산 세월이 너무 길고 무심했다는 마음에 더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진다. 거기에 이제는 생활비마저 넉넉하게 못 준 처지가 되었으니 더 무거운 짐이 아니겠는가 생각에 이르니 더 무겁다.
그래도 목사이니 나름대로 위로를 하고 받아야 하기에 하나님이 베푼 은혜에 고개를 돌려 보기로 했다. 그러지 않고서는 해석이 되지 않고 나 자신도 스스로 위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52년을 뒤돌아본다.
우리의 만남부터 지금까지 미국에 살아온 날들을 헤아려보며 위안과 감사를 드리며 자신을 뒤돌아보는 순간을 가지기로 했다.
그 작은 손으로 일해가면서 때론 목회하는 남편을 도우면서 세 아이들을 기르기에 너무나 힘이 들었을 텐데 불평 한 번 하지 않은 아내. 우리 하나님의 사랑이 손이 덮어주고 이끌며 힘을 주시었기에 견디지 않았을까 생각에 이르자 하나님의 은혜가 태산처럼 느끼어지며 감사가 터져 나왔다.
저 작은 손으로 남편과 목회의 현장에서 하루도 쉴 틈도 없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묵묵히 기도하며 감당했던 아내. 참으로 감사가 또 터져 나왔다. 이렇게 감각이 둔하고 어리석은 길을 걸었다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철이 든다고 했던가? 하나 늦었지만 아내의 작은 손을 만지며 느끼고 지난날을 되씹어보는 나 자신을 보면서 우리 목회자들이나 남자들은 깊이 반성하면서 새로운 자신을 찾아 감사하며 사는 모습을 보고 싶다.
<
한재홍 / 원로목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1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우링 우리 가족을 지키고 가꾸고 유지해나가는 일을 공동으로 해 나가는게 부분되 왜 우리 남자는 언제나 부인들에게 잘못만하고 살았다고들하는고 난 내일을했고 부인도 부인이 해야할일을 한게 아닌가요..남녀 평등시대라 말들하면서 어째서 남자들이 모든걸 짊어져야만하느냔 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