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10월6일 새벽 이집트와 시리아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다. 제4차 중동전쟁인 ‘욤 키푸르 전쟁’의 시작이었다. 이날은 유대교 명절 중 하나인 ‘욤 키푸르(속죄의 날)’여서 상당수 이스라엘 군인들이 휴가를 떠난 상태였다. 이집트와 시리아 병력이 국경에 집결하는 등 사전 징후가 포착됐지만 이스라엘은 아랍 세계의 일상적인 무력시위로 치부했다. 이스라엘은 개전 초기 막대한 피해를 입은 뒤 미국의 지원에 힘입어 이집트 수에즈운하까지 밀고 들어갔다. 하지만 소련까지 개입하자 1979년 이집트와 평화협정을 맺고 제3차 중동전쟁에서 빼앗은 시나이반도를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 또 주요 아랍국들이 미국의 개입에 반발해 석유 감산을 단행하면서 제1차 오일 쇼크가 발생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이 욤 키푸르 전쟁과 닮은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대공세는 욤 키푸르 전쟁 50년 만인 7일 새벽 유대 명절인 초막절(수코트)이 끝난 직후 안식일에 이뤄졌다. 하마스가 유대인 정착촌 모형을 건축해 침투하는 훈련까지 동영상으로 공개했지만 이스라엘은 ‘보여주기식’ 군사훈련으로만 생각했다. 이스라엘 정보 당국이 하마스의 기만전술에 속은 것이다.
50년 전과 다른 점도 있다. 이번 무력 충돌로 국제 유가가 오르겠지만 과거와 같은 오일 쇼크는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모두 원유 생산국이 아닌 데다 다른 산유국들의 감산 움직임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당시와 달리 미국이 유사시를 대비해 전략비축유(SPR)를 비축해놓고 있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이스라엘이 이번 사태의 배후로 의심 받는 이란을 공격하고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경우 유가가 최대 배럴당 150달러로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리 입장에서는 미사일 발사, 핵 실험 등 반복된 북한의 도발에 무뎌진 안보 경계 태세를 다잡아야 한다. 또 제5차 중동전쟁 가능성에 따른 경제적 충격에도 대비해야 할 때다.
<최형욱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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