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말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미 의회 특수 정보 시설에서 열린 비공개 청문회장에 난입하는 소동이 발생했다. 청문회장에서는 하원 정보위원회 등의 주재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24명의 공화당 의원들은 경비들을 밀치고 청문회장에 진입해 “탄핵 조사가 밀실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고성을 지르는 등 거칠게 항의했다. 당시 공화당 의원들은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투쟁 속보’라며 소셜미디어에 실시간으로 올렸다. 미국 하원의 탄핵 조사는 대통령, 정부 고위 관료, 판사 등 연방 공무원의 위법행위와 관련한 조사 제도로 행정부에 대한 의회의 대표적인 견제 장치다. 탄핵 소추에 앞서 이뤄지는 일종의 준비 작업인 셈이다. 의회는 탄핵 조사 과정에서 필요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법적 권한을 갖게 된다.
미국의 탄핵 절차는 하원의 탄핵 조사에서 출발해 탄핵 소추 표결에 이어 상원의 탄핵 심판으로 진행된다. 탄핵 조사를 한다고 해서 곧이어 탄핵 소추가 추진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의회에서는 1797년 이래 약 60차례의 탄핵 조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실제 탄핵 소추가 가결된 대통령은 앤드루 존슨(1868년), 빌 클린턴(1998년), 도널드 트럼프(2019·2021년) 등 3명에 머무르고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 탄핵 조사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첫 번째 탄핵 조사는 하원 전체의 표결을 거쳐 개시됐다.
공화당 소속의 케빈 매카시 하원 의장이 12일 하원 법제사법위원회 등에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 착수를 지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의 우크라이나 사업과 관련한 탈세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공화당이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덮기 위해 탄핵 카드를 동원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 정치권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사법 리스크에 빠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며칠 전 윤석열 정권을 겨냥해 “국민의 뜻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끌어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대 야당은 툭하면 ‘탄핵’ 카드를 흔들면서 행정부를 겁박하고 있다. 정치권은 탄핵을 정쟁 수단으로 동원해 국정 운영을 방해하는 행태를 멈춰야 한다.
<정상범 서울경제 수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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