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도시지만, 주말에 가도 붐비지 않는 아름다운 곳이 있으니 바로 데이빗슨 산(Mt. Davidson)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높은 지점인 이곳은 도시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니 관광객들이 한 번쯤 꼭 가 볼 듯도 한데, 나는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난 적이 없다.
나는 특히 안개가 짙은 날 새벽에 이곳에 올라가기를 즐긴다. 안개비에 젖은 땅의 냄새와 이곳에 많은 유칼립투스(Eucalyptus) 나무의 향기가 섞인 그 냄새를 나는 ‘안개의 향기’라고 착각하고 맡으며, 안개비로 인해 마치 시냇물을 건너는 것처럼 젖은 땅에서 나는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조심히 천천히 올라간다. 이곳에서 듣는 다양한 새소리를 나는 음악처럼 듣는다. 안개 자욱한 하얀색 하늘 아래에서 눈에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기도 하는 새가 내는 아름다운 소리는 새벽에 일어나 산을 올라가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음악회인 것이다.
영영 걷힐 것 같지 않은 짙은 안개를 뚫고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보면 내가 안개 위에 올라가 있다. 띠처럼 산 위에 걸쳐 있는 안개보다 더 높은 곳에 내가 올라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초록색 벤치가 하나 있다. 도시를 내려다보며 심호흡을 하면, 나는 내가 나를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된다. 내가 저 아래에서 내 주장을 하며 기분이 좋네 나쁘네, 하는 동안에도 새는 소리를 냈고 초록색 벤치는 가만히 이곳에 있었다. 누구든 오면 앉아 쉬어 갈 수 있는 초록색 벤치가 샌프란시스코의 가장 높은 산 꼭대기에 있는 것이다. 살다 보면 괴로운 순간이 있다.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는 듯한 터널에 갇힐 적이 있다.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 더, 인내하면 안개의 띠를 벗어나 더 높은 곳에 도달하는 것처럼, 우리는 어려운 순간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 본다. 세상이 험하다... 사람이 사납다... 여겨지는 날, 불면하고 난 새벽이면 나는 데이빗슨 산을 오른다. 조심히... 천천히... ‘안개의 향기’를 맡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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