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월 1일 이른 아침에 나는 샌프란시스코의 랜즈 엔드(Lands End)에 간다. 땅이 끝나는 곳에는 바다가 있고, 나는 그 바다를 내다보며 해안길(The Coastal Trail)을 걷곤 한다. 이렇게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나는 1년 내내 종종 이곳을 찾는다. 나는 이 길을 여러 사람들과 걸었는데, 그들의 공통점은 모두 내가 아주 많이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과 나란히 걷고 싶은 길이 바로 이 길이다. 아름다운 금문교가 멀리 보이기도 하지만, 안개가 짙은 날에는 금문교를 볼 수가 없다.
내가 이 해안길에 자주 가서 걷고, 혼자 가기보다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가는 이유는 물론 그곳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높은 하늘과 넓은 바다를 보며 사소한 문제로 괴로워하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스스로의 이기심을 지긋이 눌러 본다. 그리고 이 땅에 내가 오기 훨씬 전에 살았던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아주 오래 전에 이렇게 땅이 끝나는 곳을 터전으로 삼아 살았던 사람들에 대하여...
1980년대에 샌프란시스코에 와서 살기 시작한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여 성취하거나 실패하며 살아 왔다. 이 땅에서 태어나지도 성장하지도 않은 나는 미국에 대해 잘 모르는 부분이 많다. 반면, 한국에서 태어나서 성장한 나는 한국계가 아닌 미국인들이 모르는 것들에 대해 꽤 많이 알고 있다. 지난 4월에 나는 한국인들의 미국 이민 역사 120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치렀다. 내가 한국인이니 그 일을 할 수 있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을 이곳에서 열심히 하며 살아 갈 적에, 훗날 누군가 돌아보며 내가 이곳에 있었던 것과 없었던 것은 다르다고 기억하거나 추측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
나는 오늘 아침에도 랜즈 엔드의 해안길에 다녀왔다. 이 아름다운 곳에 길을 냈던 누군가가 이곳에 있었다는 것과 없었던 것은 다르다고 나 스스로에게 다시 한번 말을 건넸다. 번거롭지만 요구르트 한 통을 먹어도 플라스틱 통을 함부로 쓰레기통에 넣는 대신, 설거지해서 재활용 바구니에 넣는다. 내가 가져온 우리의 전통을 버리거나 잊지 않고 널리 나누고, 내가 모르는 그들의 전통을 배운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 땅이 끝나는 곳에 있는 바다를 바라보며 나란히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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