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릭스 정상회의 남아공서 개막
▶ 시진핑·룰라 등 4년 만의 대면회의, 사우디·이란 등 40개국 가입 희망…외연 확장 통해 ‘G7 대항마’ 추진
“미와 맞서기 부담” 인도 등은 신중…푸틴, ICC 체포영장에 화상 참여
미국이 주도하는 주요 7개국(G7)에 맞서는 지정학적 블록으로 확장할까, 아니면 일단은 지금처럼 주요 신흥 경제 5개국 협의체로만 남게 될까.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협의체인 브릭스(BRICS)가 기로에 섰다.
회원국 간 셈법은 엇갈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반(反)서방 연대’로 브릭스의 몸집을 불리는 게 목표다. 특히 최근 한국·미국·일본의 결속은 시 주석의 잰걸음을 재촉하는 요인이다. 반면 인도와 브라질, 남아공은 신중 모드다.
22일(현지시간) 남아공에서 제15차 브릭스 정상회의가 개막했다. 2019년 브라질에서 열린 이후, 브릭스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인 건 4년 만이다. 다만 전쟁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불참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대신 보낸 푸틴 대통령은 화상으로만 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24일까지 열리는 이번 회의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인사는 단연 시 주석이다. 올해 그가 해외를 방문한 건 지난 3월 러시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브릭스의 외연 확장에 사활을 건 듯한 모양새다.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인 세계 질서를 ‘다극 체제’로 재편하려는 야심을 감추지 않았던 시 주석은 실제 브릭스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미중 경쟁이 신냉전으로 비화하고, 최근 동북아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가 고착화된 상황도 이를 부추기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여 년 만에 가장 큰 확장을 논의하게 될 이번 회의에서 중국은 브릭스를 서방 G7의 본격적 경쟁자로 밀어붙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관리는 “브릭스가 G7과 비슷한 국내총생산(GDP) 비중을 차지하도록 몸집이 커지면, 세계에서 우리의 집단적 목소리도 더 커질 것”이라고 FT에 말했다. 전 세계 인구의 42%인 브릭스 5개국은 세계 GDP의 27%를 차지한다. G7은 세계 GDP의 43%를 점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남아공 관리를 인용해 “현재 40개 이상 나라가 브릭스에 관심을 표명한 가운데 23개국이 공식 가입 신청을 했다”고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아랍에미리트(UAE)는 물론, 남미의 대표적 반미 국가 베네수엘라가 대표적이다. 튀르키예와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이집트, 알제리, 멕시코 등도 브릭스 가입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브릭스의 확장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5개국의 만장일치 찬성이 있어야 하는데, 이미 단일대오는 무너졌다. 중국 편에 선 회원국은 러시아뿐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후 국제적 고립에 처한 러시아로선 이번 회의가 우군 확보의 기회다. 타스통신은 “아프리카인들은 이번 회의가 새로운 다극 세계를 만드는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한다”며 ‘지원 사격’을 했다.
중국이 넘어야 할 가장 높은 벽은 인도다. 이미 양국은 크고 작은 영토 분쟁 속에 긴장 관계에 있는 데다, 인도는 미국 일본 호주와의 안보협의체 ‘쿼드(Quad)’에도 묶여 있다. 공식적으로야 ‘브릭스 확장 자체엔 열려 있다’는 입장이지만, 중국의 바람대로 협조하진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스티브 창 영국 런던 소아스(SOAS) 중국연구소장은 “시 주석은 남반구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자국 목적을 위해 브릭스를 이용하려 한다. 인도가 중국 제안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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