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미정 씨 꿈이 뭐예요?”
요즘 많이 듣는 말이다. 이 질문의 앞뒤 맥락은 세 가지 정도다. 첫 번째,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왜 자꾸 돈이 안 되는 일을 찾아서 하는 거냐고, 분명 뭔가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는 맥락. 두 번째, 그래서 이제 더 이상 피아니스트가 아닌 거냐고 확인하려는 맥락. 세 번째, 어떤 길을 걸어가든 다 잘 될 것이라는 맥락. 첫 번째와 두 번째 맥락의 질문에 대해서는 정성스럽게 웃고 넘긴다. 어떤 대답을 건네든 나의 대답은 이해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의 심장 박동수를 기분 좋게 올려놓는 세 번째 맥락의 질문은 언제 들어도 곱다. 이 경우 내가 먼저 나서서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에 세 번째 맥락의 질문임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말문이 막혀 대답에 뜸을 들인 적이 있다.
“엄마는 꿈이 뭐야? 오늘 뭐 배웠어?”
손흥민 축구 선수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들이 대뜸 나에게 물었다. 축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기 때문인지 그때 나는 누군가가 세게 찬 공으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내 꿈은 뭘까? 내 꿈은 있기는 할까? 있다고 하더라도 그게 가능은 할까? 그래서 나는 뭐라고 답해야 할까. 머릿속에서 온갖 생각이 지나쳤다. 나는 우선 아들에게 ‘엄마의 꿈을 물어봐 준 것’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기로 했다. 엄마가 자신이 배고플 때 밥을 차려주고, 춥거나 더울 때 옷을 챙겨주며, 졸릴 때 잠자리를 마련해 주는 역할만을 가진 사람으로 한계 짓지 않았다는 사실에 특히 고마웠다.
그리고 내가 오늘 배운 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미래 현금 흐름을 산출하는 기본적인 방법을 익혔고, 엑셀 실무 기술을 적용해 간단한 보고서를 썼다. 일 년 전의 내가 꿈꾸지 않았다면 이뤄내지 못했을 배움이다. 오늘은 무엇을 배웠냐고 묻는 아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도록 지난날 나의 부족함을 직시하고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한 결과가 오늘인 것이다. 녹록잖은 어린 시절을 보내며 ‘실패할 자유’의 소중함을 깨달았다면 심상찮은 해외 생활을 통해 ‘꿈꾸는 자유’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나이 불문, 남녀 구분 없이 서로의 꿈을 자유롭게 물을 수 있길. 그리고 그 꿈길을 서로 응원해 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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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