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책 건너 산 넘어 달려온 북녁땅에도
정말로 사람들이 살고 있었네
사람들이 부르는 소리
둥근 모자를 쓴 검사관
목에 걸친 이름표를 바라보는 매서운 눈초리
새 한 마리 훨훨 구름 사이 산자락을 돌고
고개를 돌리니 화강암 명산의 입구
단풍이 불타는 이 계절에
소나무들 날카로운 손을 뻗어 줄을 섰고
감회와 기대와 공포가 엇갈리는 낯 선 무대
녹슨 철길이 멈춘 온정리역사는 비어있고
이곳이 반 세기 전 격전지대
피투성이 된 형들이 터트린 탄피
아직도 계곡의 바위 틈에 박혀있구나
선녀와 나뭇군이 목욕하던 초록 빛 상팔담 물
비룡폭포에서 하얗게 부셔져 동해로 흐르고
오늘은 풀벌레 가늘게 우는 밤,
금강산 호텔 패디오에서는
쟁반에 담긴 시원한 고려맥주 한 잔에
침 속에 감도는 송이버섯 향기롭네
정가제입네다, 선생님 하는
유니폼을 입은 그녀
쌍꺼플 진 눈이 곱게 깜박이고
촉촉한 분홍 입술에 달빛이 닿는구나
우리는 아마도 한 핏줄
디지탈 사진을 찍어 보고 같이 웃었지
붉은 배지를 옷깃에 단 낯 선 사람들은
누구네 집 사람일까? 같은 고향 사람일까?
뻘건 가시 돋힌 철조망에 성난 파도가 부딪치고
어뢰와 지로가 묻혀있는 금수강산 너무 아프지 않겠느냐?
두고온 고향 마을의 부모형제 다 떠나고
시들어가는 실향민을 누가 알아 볼 수 있으랴
꿈 속에서나 불러보는 내 노래
금강산에 살어리랏다 살어리랏다
우리 금강산에 살어리랏다
*2005년 10월 5일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에서
<
서윤석 은퇴 의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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