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 가격 인상을 반영한 인플레이션 신조어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인한 애그플레이션(agflation)과 수산물발 물가 급등을 뜻하는 피시플레이션(fishflation)이 대표적이다. 슈거플레이션(sugarflation)은 기후변화로 설탕 생산에 차질이 발생해 초콜릿과 사탕 등의 가격 상승을 초래하는 것을 의미한다. 콘플레이션은 러시아가 전 세계 옥수수 생산량의 16%를 담당하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옥수수 가격 급등이 물가 불안을 초래한 것을 뜻한다. 사료 가격 인상이 소고기와 돼지고기·닭고기 가격에 영향을 미쳐 물가 불안을 유발한다는 프로틴플레이션도 같은 맥락이다. 채소와 육류 값 상승으로 햄버거 가격이 올라 물가 불안을 자극한다는 버거플레이션과 물가가 오르며 점심 식사 가격도 덩달아 올라 물가 상승을 부추긴다는 뜻의 런치플레이션도 등장한 지 오래다.
최근 우리 경제에 우유 가격 상승에 따른 밀크플레이션(milkflation)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상기후에 따른 흉작으로 사료용 옥수수 등 곡물 가격이 상승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더욱이 러시아가 최근 흑해에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보장해왔던 ‘흑해곡물협정’ 파기를 선언해 국제 곡물 가격의 추가적인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낙농가와 유업계는 올해 원유 값 인상 폭이 ℓ당 69~104원 사이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면 원유 가격은 ℓ당 1,065~1,100원에 달해 사상 처음으로 1,000원을 넘어선다. 현재 2,800원인 우유 1ℓ의 소비자가격도 3,000원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우유 값 인상이 빵과 아이스크림 등의 연쇄적인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정부가 최근 낙농업조합과 유업체 등에 원유와 유가공 제품의 과도한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모처럼 2%대로 떨어진 상태에서 원유 가격 인상에 따른 도미노 가격 상승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우유 값이 진정되는 것은 좋지만 정부의 지나친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장 개입은 가격 왜곡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상용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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