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보수·우파 쪽에 가까운 판결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기울어진 법원’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대법원은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례의 폐기를 시작으로 공공장소에서 총기 소지를 금지한 뉴욕주법에 대한 위헌 판결, 소수 인종 우대 정책 위헌 판결,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 무효화 등 민감한 사안마다 보수색을 강하게 드러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에도 세입자 퇴거 유예와 백신 의무화 등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현재 미 연방대법원은 공화당 집권기에 임명된 보수 성향 대법관 6명과 민주당 집권기에 임명된 진보 성향 3명으로 구성돼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3명의 대법관을 연달아 임명해 확실한 보수 우위가 됐다. 이 때문에 연방대법원에 대한 미국인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ABC방송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법관이 자신의 정치적 견해에 따라 판결을 하고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53%로 절반을 넘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연방대법원 개혁론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개혁의 골자는 대법관 수를 9명에서 13명으로 늘려 다양성을 강화하고 임기제를 도입해 ‘고인물’이 되는 것을 방지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임기제 도입은 연방헌법 개정이 필요하고 대법관 증원에 대해서는 의회 안팎의 저항이 거세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끄는 우리나라 대법원은 지나치게 좌파·진보로 기울어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우리법연구회 등 특정 단체 출신들이 대거 대법관을 차지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이념을 드러내는 판결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이재명 경기지사 후보 시절의 허위 사실 공표 혐의 무죄 판결에다 선택적 재판 지연 등까지 겹치니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렸다. 헌법 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정하고 균형 잡힌 판결을 통해 법치를 수호하라는 헌법의 명령을 지킬 수 있도록 ‘기울어진 사법부’를 개혁해야 할 때다.
<김능현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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