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미국 아마존의 앤디 재시 최고경영자(CEO)는 올 2월 직원들에게 ‘주 3일 사무실 근무’를 지시했다가 거센 반발을 불렀다. 아마존의 업무 메신저에는 “일할 곳을 선택할 권리를 달라” “아마존의 핵심 가치에 반한다” 등의 반박 글이 넘쳐났다. 이미 구글과 애플은 각각 지난해 4월과 9월부터 주 3일, 디즈니와 스타벅스는 올해부터 주 4일 사무실 출근 체제에 들어갔는데도 재택근무의 효용성을 경험한 아마존 직원들은 주 3일 출근에 강하게 저항했다.
그래도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의 입장은 단호하다. 머스크는 16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집에서 근무하는 실리콘밸리 기술직들을 “라라랜드에 사는 랩톱 계급”이라고 지칭한 뒤 “재택근무라는 X 같은 도덕적 우월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거친 말을 쏟아냈다. 또 “재택근무라는 개념은 마리 앙투아네트가 말한 것으로 알려진 ‘빵이 없다면 케이크를 먹게 해라’와 비슷하다”며 “단순한 생산성 문제가 아니라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랩톱 계급’은 컴퓨터를 주로 사용하는 전문·관리·기술 분야 원격 근무 노동자들을 말한다. 랩톱을 이용해 화상회의와 서류 결재 등 일상 업무가 가능해 코로나19 팬데믹 때는 혁신적 근무 형태로 떠받들어졌다. 그러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서 랩톱 계급은 기업 실적 악화의 주범으로 지목받아 출근을 압박받기 시작했고 머스크가 총대를 멘 형국이다. 머스크는 지난해 6월 “최소 주 40시간은 사무실에서 일해라. 아니면 테슬라를 떠나라”라고 선포했고 11월 트위터를 인수한 뒤 보낸 첫 메일에서 재택근무를 금지했다.
‘혁신의 아이콘’ 머스크가 랩톱 계급과 싸우는 ‘전사’를 자임한 것은 글로벌 경쟁의 승부처가 결국 생산성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랩톱 계급의 전면 출근이 생산성 높이기로 직결될지 여부는 아직 모른다. 구글·애플·디즈니 등 빅테크 기업들이 대부분 재택·출근 혼용 근무를 시행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생산성 향상과 인간을 존중하는 일 문화가 공존하는 근무 형태에 대한 계속적인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문성진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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