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문물연구원, 10일 조사 성과 공개… “고려 후기까지 사용된 듯”
▶ 왕이 행차하던 장의사·승가사 길목에 위치…인근서 유물 또 나와

20일(한국시간) 서울 종로구 신영동에 있는 한 도시형 생활주택 신축 부지에 발견된 고려시대 추정 유적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근 서울 도심에서 발견된 고려시대 추정 건물터가 왕실의 행차와 관련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매장문화재 조사기관인 수도문물연구원은 8일(이하 한국시간) "서울 종로구 신영동의 한 신축공사 부지에서 확인된 유적을 조사한 결과, 13세기 전반 이후에 조성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앞서 신영동의 한 도시형 생활주택 신축 부지에서는 고려 때 축조된 것으로 보이는 건물터가 발견됐다.
수도문물연구원이 지난해 12월부터 공사장 일대를 조사한 결과, 일대에서는 건물지 4동을 비롯해 진입 시설, 계단, 배수로, 석축, 담장 흔적 등이 확인됐다.
서울 도심에서 고려시대로 추정되는 건축 유적이 제대로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건물지 가운데 한 곳은 유적의 잔존 규모가 길이 21.5m, 너비 5.5m에 달하는 데, 서쪽으로 이어지는 듯한 흔적이 있어 규모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연구원은 "출토된 유물 등을 볼 때, 신영동 유적은 고려 중기에 축조돼 후기까지 사용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 신영동의 한 건물 신축공사 현장에서 고려시대에 만들어졌으리라 추정되는 건물터와 유물이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부터 이뤄진 발굴 조사에서 고려시대로 추정되는 건물지, 유물 등이 잇달아 확인됐다. 사진은 현장에서 출토된 기와와 청자, 도기 조각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구원에 따르면 발굴 조사 현장에서는 평평한 면에 새긴 원형 돌기 문양의 막새(처마 끝에 놓는 수막새와 암막새를 통틀어 이르는 말), 전남 강진에서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청자 조각 등이 나왔다.
특히 중국 금나라 장종(재위 1189∼1208) 때 쓴 연호로 1198년을 의미하는 '승안 3년'(承安 三年)이 새겨진 기와 1점도 확인됐다.
연구원 관계자는 건물 조성 시기와 관련, "발굴 현장에서 11∼14세기에 만든 것으로 보이는 여러 유물이 나왔다. 특히 건물지가 조성된 기반 층에서는 13세기 전반의 청자 조각이 다수 확인됐다"고 말했다.
지리적 위치, 옛 문헌 기록 등을 볼 때 신영동 유적은 고려 왕실과 관련된 시설일 것으로 추정된다.
유적 근처에는 신라 무열왕 시기인 659년에 세웠다고 전하는 장의사지(莊義寺址·장의사 터)와 보물 '서울 승가사 석조승가대사좌상'로 잘 알려진 승가사(僧伽寺) 등이 있다.
연구원은 "'고려사', '고려사절요' 등에는 고려 왕들이 장의사와 승가굴(승가사)에 행차한 기록이 여럿 확인된다. 특히 승가사가 있는 삼각산(현재 북한산)은 현종(재위 1009∼1031)과 인연이 깊다"며 "왕실 행차와 관련 있는 시설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취재 결과, 신영동 유적과 가까운 곳에서는 고려시대로 추정되는 유물이 추가로 나온 상황이다.
현장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유적과) 거의 근접한 공사장에서 고려 때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기와 파편 등이 나왔다. 발굴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곳으로, 추가로 유물이 나올 가능성이 커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경택 수도문물연구원장은 "신영동 유적은 고려 중기에 축조돼 후기까지 사용된 유적으로 판단된다"며 "서울 지역의 고려 관련 유적과 유물을 비교·연구할 때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원은 이달 10일 오후 1시에 현장에서 발굴 조사 성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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