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튀르키예 슬픔 겨우 극복중인데 강한 여진에 버텼던 집도 와르르
▶ 사망자 수 다시 1100명대 급증…평상복에 생존 배낭 잡고 잠들고 하루 수십번 “흔들린다” 불안감
지난 20일(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주(州)의 교사 주헤르 자파르(42)는 자택에서 저녁식사를 하던 중 또다시 땅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불과 2주 전의 대지진에도 버텼던 자파르와 그의 집이었으나, 이번엔 모든 것을 무너뜨렸다. 자파르는 “강진의 슬픔을 간신히 극복하고 있었다”며 “의연하려고 노력하지만, 우리가 알던 도시와 기억은 모조리 파괴됐다”고 했다. 더 이상은 집에 머물 수 없어 차량과 천막에서 지낸다는 그는 “꼭 공포영화 같다”고 AP통신에 말했다.
21일 A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대지진 피해 지역을 전날 다시 지진이 덮치면서 양국의 누적 사망자는 최소 4만8,124명이 됐다. 튀르키예에서만 하루 전보다 1,154명이나 더 늘어났다. 20일 저녁에만 규모 6.4와 5.8의 강진을 포함, 27차례 이상 일어난 여진의 여파다.
이번 지진은 지난 6일 규모 7.8 강진의 여진이라기보단, 새로운 지진이라는 게 튀르키예 당국의 판단이다. 희생자 수도 훨씬 더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추가 지진에 따른 사망자가 100~1,000명일 확률을 46%로 봤다. 1,000~1만 명일 가능성도 29%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튀르키예·시리아에선 이제 지진이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거듭된 강진을 겪은 대지진 생존자들은 두려움에 몸서리를 친다. 시민들의 일상도 완전히 바뀌었다. 가지안테프에 거주하는 이탈리아인 줄리아나 시우치는 잠들 때마다 잠옷 대신 평상복을 입고, 생존 배낭을 근처에 둔다면서 “(20일 발생한) 지진으로 우리가 여전히 안전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지진 트라우마’도 광범위하게 퍼졌다. 지진 피해 지역 주민들은 “방금 지진을 느꼈느냐”라는 연락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지인들과 주고받는다. 상상 속의 흔들림인지, 아닌지를 구별하기 힘든 탓이다. 시리아 출신 인권운동가 아이함 칼라지는 “전구가 움직이는지 확인하려고 계속 바라보게 된다”고 했다. 24시간 내내 조마조마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지진 이전’의 일상 회복은 기약이 없다. “튀르키예 남부 도시 가지안테프에서 대부분 상점이 문을 열었고, 대중교통도 정상화됐다”(알자지라 방송)는 언론 보도가 있으나, 이는 겉모습일 뿐이다. 누르 이스마일(20)은 “주말 동안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겠다는 결심을 하고 혼자 산책도 해 봤다. 친구들과 만날 약속도 잡았다. 하지만 다시는 정상이 될 수 없을 것”이라며 절망감을 토로했다. 가지안테프의 대학생 메르트 외지우르트칸(21)도 “이것(지진)은 확실히 우리의 새로운 일상이 됐다. 얼마나 오래 갈지는 신만이 아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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