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중·러가 우리를 침묵시켜”…중·러, 한미연합훈련 겨냥 “자제하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0일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가 또 다시 아무런 성과 없이 종료됐다.
미국과 한국, 일본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도발을 강력 규탄하면서 의장성명 채택 등 안보리 차원의 공식 대응을 요구했으나,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한미 연합훈련 때문이라며 북한을 감쌌다.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의 비확산을 주제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안보리가 북한의 최근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해야 한다"면서 "미국은 다시 한번 의장성명을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안보리 이사국이 미국에 동참해 "북한의 불법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고 북한의 외교 관여를 권고해야 한다"고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촉구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말 북한의 ICBM 발사를 규탄하는 안보리 의장성명 초안을 발의해 채택을 추진했으나, 중국과 러시아 등의 반대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서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두 상임이사국이 우리를 침묵하게 만들었다"면서 "거부권을 가진 두 이사국이 우리의 모든 대응 노력을 막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안보리가 2017년 12월 이후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제 안보리가 더 늦기 전에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향해 협력할 때"라고 강조했다.
바버라 우드워드 영국대사도 "우리는 안보리 결의의 심각한 위반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며 북한의 도발 중단과 대화 재개를 요구한 뒤 "미국의 의장성명 제안을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니콜라 드 리비에르 프랑스대사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뿐 아니라 산업기밀 도둑질과 가상화폐 해킹을 비판하면서 "북한은 전제조건 없이 대화 테이블로 돌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해당사국 자격으로 안보리 회의에 참석한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도 "안보리 기능과 유엔헌장을 이토록 노골적으로 위협하는 유엔회원국은 전세계에서 북한뿐"이라며 중국과 러시아의 안보리 추가 대북 결의 반대를 비판했다.
그러나 다이빙 주유엔 중국 부대사는 "모든 관련 당사국이 긴장을 고조하고 계산착오를 초래할 수 있는 어떠한 행동도 자제해야 한다"면서 "올해 초부터 미국과 그 동맹들이 한반도 주변에서 북한을 겨냥한 연합 군사활동을 증강하고 있다"며 한미일에 화살을 돌렸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의 방한도 도마에 올린 다이 부대사는 "반복된 긴장 고조가 상황을 통제 불능으로 몰고 가는 악순환을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긴요하다"며 "일부 이사국들이 북핵 이슈에 관한 회의를 밀어붙이고 더 많은 제재와 압력을 계속 촉구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다이 부대사는 "안보리의 대북 결의는 단지 대북 제재만이 아니라 긴장 고조를 피하고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진하는 6자회담 재개 요구를 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드미트리 폴랸스키 주유엔 러시아 차석대사도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를 위협하는 어떠한 종류의 군사 활동에도 반대한다"며 한미 연합훈련 확대가 "상황을 악화시키고 정치적·외교적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폴랸스키 차석대사는 이러한 연합훈련과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에 "북한이 미사일 시험 발사로 대응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북한을 비판하기 위한 안보리 회의 소집이 사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예상대로 성과 없이 회의가 끝나자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한미일을 비롯한 11개국을 대표해 북한을 규탄하고 안보리 차원의 공동 대응을 촉구하는 장외 성명을 낭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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