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튀르키예·시리아 강진 1999년 대지진 후 규정 강화 불구 불량 자재 사용 등 졸속 공사 여전
▶ 튀르키예 정부 허술한 관리도 한몫, 비난 일자 건설업자 100여명 체포

튀르키예 남부 카흐라만마라쉬에서 구조대원들이 11일(현지 시간) 생존자 수색을 위해 구조견과 함께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를 오르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인한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사망자수가 총2만8000여명으로 불어난 가운데 지진발생 이후 72시간 골든타임이 지났음에도 기적같은 생환소식이 계속 전해지고 있다. [로이터]
건설회사들의 부실 공사와 이를 방치한 정부가 ‘튀르키예 대지진 참극’을 키웠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종잇장처럼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려 현재까지 3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데엔, 내진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졸속 공사와 정부의 허술한 관리 탓이 크다는 것이다. 정부가 건설업자들을 무더기로 체포하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지만, 정부 책임론 역시 거세다.
11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발생한 강진으로 튀르키예에서 붕괴된 건물만 최소 6,500채에 이른다. 정부의 허술한 관리를 틈탄 부실 공사 관행이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튀르키예는 1만7,0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1999년 대지진 이후 내진 설계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2018년엔 지진 취약 지역의 건축물에 고품질 콘크리트를 사용하고, 이를 철근으로 보강해야 하는 내용 등을 규정에 추가했다.
이를 무시한 건설사들이 불량 자재 등을 사용해 부실 시공을 계속한 결과 화를 키웠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이번 지진이 강력하긴 했어도, 규정을 지켜 제대로 지어진 건물을 완전히 무너뜨릴 정도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최고급 자재’를 자랑했던 신축 아파트마저 맥없이 무너지자 부실 시공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 BBC에 따르면 지난해 완공된 튀르키예 말라티아의 한 아파트는 “최신 방진 규제를 통과한 1등급 건물”이라고 광고했지만, 이번 강진에 건물 하부가 무너져 내렸다. 안타키아 지역에서 무너진 9층짜리 아파트 역시 2019년 준공된 신축이었다. 이 지역의 한 주민은 인근 14층짜리 고급 아파트 건물 잔해를 바라보며 “콘크리트가 모래 같다. 너무 빨리 지어졌다”고 미국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건설사 봐주기’가 화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1960년대 이후 정부가 안전 규제를 위반한 건물에 대한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면제해주면서 부실을 방치했다는 것이다. 튀르키예 건축가 연합 대표인 펠린 피나르 기리틀리올루는 “지진 피해 전역에서 7만5,000채 정도의 건물이 행정처분 면제를 받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건설사들이 이를 악용해 고의로 관련 규정을 따르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1999년 대지진 당시 세계은행의 튀르키예 담당 이사였던 경제학자 아제이 치바는 미국 CNN방송에 “정당에 자금을 댄 건설사들은 정치인들이 자신들에게 면제권을 줄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이게 더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한편 튀르키예 사법 당국은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의 건설업자 등 관련자 100여 명을 부실공사와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최근 법무부가 지진 피해가 발생한 10개 지역에 ‘지진 범죄 수사대’를 설치한 이후 수사에 속도가 붙었다. 하지만 “성난 민심을 달래려는 정부의 일시적 조치에 불과하다”는 쓴소리가 잇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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