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반응 떠보기용 관행적 작전 “이번에도 격추 안해” 오판 가능성…내부불만 잠재우려 미와 갈등 노려
▶ 블링컨 방중 판깨기 의도일 수도…중국 강경파 군부의 단독 소행 땐 시진핑 정찰 풍선 침투 몰랐을 수도
미국 국방부가 중국 정찰 풍선의 미 영공 침범 사실을 공개했던 이달 2일(현지시간) 이후 일주일이 흐른 9일까지 해소는커녕, 오히려 증폭만 되고 있는 의문이 있다. 바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저의’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의 방중(5, 6일)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굳이 정찰 자산을 미 영공에 침투시키는 무리수를 둔 이유가 좀처럼 설명되지 않는 것이다. 미국 내에선 시 주석이 정찰 풍선 활동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던 게 아니냐는 질문마저 나오고 있다.
외교가에서 내놓는 시나리오는 대략 세 가지다. ①’격추’까지는 예상하지 못한 시 주석의 오판 ②미국의 강경 대응도 계산한 의도된 판 깨기 ③정찰 풍선 활동에 대한 군부의 보고 누락이 거론되고 있다.
일단 “미국의 외교·군사적 반응을 떠보기 위한 중국의 오랜 군사 작전”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딘 청 미국평화연구소 중국 담담 고문은 로이터통신에 “군사적 의미보다는 상대방이 어떻게 대응할지를 보려는 일종의 테스트”라며 중국은 이미 정찰 풍선에 대한 미국의 반응을 데이터화하고 있었을 것으로 관측했다.
실제 8일 미 국방부 발표와 CNN방송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 정찰 풍선은 수년간 세계 5개 대륙에서 최소 24건의 임무를 수행했다. 미국 영공에선 6차례의 첩보 활동을 벌였지만 반드시 미국 영토 위에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CNN은 전했다.
이는 미국이 중국 정찰 풍선의 활동을 포착했으면서도 직접적 대응을 자제해 왔다는 의미다. 중국으로선 미국이 이번에도 군사적 공격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소 안일한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2일 정찰 풍선의 존재를 공개했고, 4일에는 F-22 스텔스 전투기를 동원해 이를 ‘격추’시켰다. 블링컨 장관의 방중 일정도 취소되는 등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일이 틀어지며 중국이 궁지에 몰렸다는 분석이다. 스티브 창 런던대 중국연구소장은 “중국 지도부가 미국의 강경한 반응을 완전히 예상 못 하면서 오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대로 시 주석이 일부러 판을 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베이징에서 오래 근무한 전직 고위 외교관은 “방역 정책 전환 과정에서 시 주석의 국내 정치적 입지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며 “내부 결속을 위해선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기보다 대립각을 더 세우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백지 시위 등 내부 동요를 잠재우고자 ‘외부의 적’(미국)과의 긴장을 의도적으로 고조시켰을 것이라는 얘기다.
일각에선 시 주석이 정찰 풍선의 미 영공 진입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주시한다. 드류 톰슨 싱가포르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민감한 임무에 대한 중국 군부와 공산당 지도부 간 정치적 조정이 이뤄지지 못했는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의 외교 전문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이그나시우스는 “블링컨 장관의 방중을 방해하려는 중국 내부 강경파의 행동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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