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YT, 의회 품격 하락 지적…트럼프 때 민주 펠로시 연설문 찢기도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에서 야유하는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로이터=사진제공]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 때 '거짓말쟁이'라고 고함을 지른 야당 의원에 대해 별다른 제재 움직임이 없는 것은 의회의 품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9일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국정연설에 방해가 될 정도로 야유를 한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에 대한 징계 논의가 없는 것은 소속 정당인 공화당 내 사정과 함께 미국 정치권 전반적인 분위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단 NYT는 그린 의원의 행위는 하원의 품위유지 규정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회의장에서 발언할 경우 의장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다른 정치인에 대해 발언할 때는 격식을 갖추고, 개인적인 비난은 피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겼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9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연설 때 "당신은 거짓말을 하고 있어"라고 고함을 친 공화당 소속 조 윌슨 하원의원에 대해 하원은 규탄 결의안을 채택했다.
당시 하원은 결의안에서 윌슨 의원의 야유가 품위유지 규정을 위반했고, 상·하원이 모두 참여한 국정연설에서 하원에 불명예를 안겼다는 내용을 적시했다.
그러나 그린 의원에 대해선 이 같은 징계 조치가 추진될 조짐이 관찰되지 않는 상황이다.
징계를 추진해야 할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그린 의원 등 공화당 내 극우성향 의원들의 지원으로 의장 자리에 올랐다는 '빚'이 있기 때문이다.
국정연설 직후 그린 의원도 징계가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털끝만큼도 걱정하지 않는다. 매카시 의장은 나를 보호하고, 그는 내 편"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또한 민주당도 그린 의원에 대해 적극적으로 징계를 추진하지 않고 있다.
NYT는 이 같은 민주당의 태도는 지난 2020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국정연설에서 민주당이 보여준 모습 때문인 것 같다는 해석을 달았다.
당시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항의 표시로 국정연설 도중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이어 민주당 소속이었던 낸시 펠로시 전 의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설이 끝난 뒤 연설문을 찢어버리기도 했다.
그린 의원의 야유에 비판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는 공화당 내 중도파 의원들도 민주당이 과거에 보였던 모습 때문에 징계를 추진하는 것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돈 베이컨(공화·네브래스카) 하원의원은 "하원의 품격을 지켜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자기는 떳떳하고 남은 잘못했다'는 식은 안된다"라며 "여야 정치인 모두 품위를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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