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최고 핵무기 연구기관이 수십 년에 걸친 미국의 수출 통제를 우회해 지난 2년 반 동안 최소 10여 차례 미국의 첨단 반도체를 사들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 보도했다.

WSJ이 국영 중국공정물리연구원(CAEP)의 조달 문건들을 검토한 결과 이 연구원은 지난 2020년 이후 인텔과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들의 반도체를 상당량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1958년 설립된 CAEP는 중국 내 최고 핵무기 연구자들을 채용해 중국 최초의 수소폭탄 개발에 일조한 바 있다.

데이터센터와 개인용 컴퓨터(PC)에 사용되는 이러한 반도체는 중국 내 재판매업자를 통해 CAEP에 흘러 들어갔다. 반도체 중 다수는 핵폭발 모델링을 포함한 광범위한 과학 분야에 사용되는 계산유체역학 연구를 위해, 일부는 전산시스템의 부품으로 각각 조달됐다.

예를 들어 2020년 11월 CAEP는 60개의 인텔 프로세서와 49개 엔비디아 칩을 을 조달했다. 이 중에는 대량의 데이터 분석 속도를 높여주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V100그래픽처리장치(GPU)가 포함됐다.

연구원이 조달한 대부분의 미국산 칩은 7나노미터에서 14나노미터 사이즈로, 대부분은 중국에서 양산하기 어려운 고성능 제품들이다.

그러나 CAEP가 구매한 인텔의 제온 골드나 엔비디아의 지포스 RTX는 중국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를 통해 쉽게 구매할 수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와 같은 반도체 조달은 외국의 핵무기 연구에 미국산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미 행정부의 수출 통제 조치를 위반한 것이다. CAEP는 지난 1997년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또 CAEP에서 발간한 연구 논문들을 분석한 결과 지난 10여 년간 최소 34건이 미국산 반도체를 연구에 사용했다고 WSJ은 전했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이 가운데 최소 7건의 연구가 핵무기 유지에 적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연구 중 6건에서 CAEP의 과학자들은 GPU를 비롯한 미국산 칩을 ICF 장치 향상을 위해 사용했는데, 이 장치는 핵실험 없이 기존 핵무기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컴퓨터 코드 개선에 사용된다.

최근 몇 년간 미 행정부는 미국산 첨단 기술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여러 건의 추가 조치에 나섰으나, 완전히 틈을 막지는 못한 셈이다.

전직 미 상무부 관리인 케빈 울프 국제무역 전문 변호사는 WSJ에 "해외 거래의 경우 미국의 수출 통제를 집행하기가 극도로 어렵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가 지난해 11월 의회에 제출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은 현재 400여 개 수준인 핵탄두 보유량을 오는 2035년까지 1천500개 이상으로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