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정부·국회 전방위 지원 힘입어…TSMC 매출 43%·영업익 78% 급증
▶ 한국, 반도체법·법인세 감면 하세월…SK 이어 삼성도 1분기 부진 우려
대만의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가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10배가 넘는 영업익을 거뒀다. 매출액도 두 분기 연속으로 삼성전자를 넘어섰고 격차도 더 크게 벌어졌다. 국내 정부와 국회가 반도체 산업 지원에 머뭇거리는 동안 글로벌 반도체 1위 기업이던 삼성전자의 입지가 TSMC로 완전히 넘어간 셈이다. 일각에서는 대기업 특혜에 대한 삐뚤어진 ‘도그마’가 초래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TSMC는 12일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으로 6255억 3200만 대만달러(약 25조 6029억 원)의 매출과 3250억 4100만 대만달러(약 13조 3136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2.8%, 77.8% 늘어난 액수다. 매출액은 3분기보다도 2%가량 더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52%를 기록했다.
이는 최악의 실적을 낸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반도체) 부문의 성과와 대비된다. 삼성전자는 4분기에 70조 원의 매출과 4조 3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고 이달 6일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8.5% 줄었고 영업이익은 69%나 급감했다. 증권 업계에서는 이 가운데 반도체 부문의 매출이 19조~20조 원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했다. 메모리반도체까지 포함한 매출이 비메모리반도체 하나에만 주력한 TSMC의 80%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2021년 인텔을 제치고 반도체 매출 세계 1위에 올랐지만 지난해 3분기부터 그 자리를 TSMC에 내줬다.
삼성전자와 TSMC의 매출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반도체 분야 주요 업종이 다르기 때문이다. TSMC는 시장 등락에 영향을 덜 받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는 정보기술(IT) 시장 업황에 큰 영향을 받는 메모리 분야에서 강한 면모를 띠고 있다. 금리 인상, 물가 상승 등으로 세계 IT 수요가 꽁꽁 얼어붙자 특성이 다른 두 업체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린 셈이다. 게다가 반도체 산업 지원에 사활을 건 대만 정부와 달리 삼성전자를 보유한 한국의 지원 분위기는 냉랭한 편이다.
TSMC는 3㎚(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부터 0.25㎛(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까지, 즉 첨단 칩부터 구형 반도체 생산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애플·엔비디아·AMD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세계 최대 IT 회사부터 중소 팹리스(칩 설계) 기업까지 고객사로 둘 수 있다.
최근 이 회사는 이윤이 많이 남는 7나노 이하 극자외선(EUV) 공정에 투자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TSMC는 네덜란드 ASML이 독점 생산하는 EUV 노광 기기를 100대 이상 보유한 유일한 회사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TSMC는 지난해 4분기 매출 가운데 32%를 차지한 5나노 공정 라인 확보에 집중 투자하면서 고객사 확보에 공을 들인다.
대만 정부의 화끈한 반도체 지원책도 TSMC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대만은 이달 7일 ‘산업 혁신 조례 수정안’을 통과시키고 반도체 업체 연구개발(R&D) 투자비의 25%, 설비투자의 5%를 세액공제해주기로 하는 등 통 큰 지원책을 발표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다. 다만 메모리반도체의 영업 특성은 ‘선 생산 후 주문’ 방식이다. 일단 최첨단 메모리반도체 생산을 완료하고 고객사의 수요대로 판매하는 방식이다. 메모리 시장 내 지배력이 아무리 공고하더라도 수요가 꺾이는 순간 삼성전자 제품 보관 창고에는 재고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메모리 제품군이 D램·낸드에 한정된 것 역시 삼성전자 실적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1분기도 계절적 비수기, 거시경제 악화 등으로 D램과 낸드가 각각 18%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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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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