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역법 위반 판결문 분석… “적극적 속임수·병역면탈 목적 있어야”

‘훈련도 실전처럼’(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연합뉴스 자료사진]
뇌전증 환자 행세로 병역 의무를 피한 면탈범들이 대거 수사망에 걸려들면서 한국사회의 고질병과 같은 병역 비리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검찰이 타깃으로 삼은 허위 뇌전증 같은 '꾀병'은 병역 면탈의 오랜 수법이다. 다만 유죄 판결을 받으려면 다소 까다로운 법리적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 때문에 서울남부지검과 병무청 합동수사팀은 최근 병·의원의 뇌전증 진료기록을 정밀 분석해 '가짜 뇌전증 환자'를 가려내고 있다.
9일(한국시간) 병역의무를 기피하거나 감면받을 목적으로 신체를 손상하거나 속임수를 쓴 혐의(병역법 제86조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의 판결문을 보면 병역 면탈을 위한 적극적 속임 행위와 목적성이 입증돼야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법원은 병역면탈을 위해 의도적으로 살을 찌운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피고인이 2016년 4월 재징병검사 당시 키 171㎝에 몸무게 105㎏을 기록해 이미 신체등급 4급 조건에 해당했다. 그런 피고인의 체중 증가 행위는 병역 의무를 감면받으려는 행위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보충역에서 면제 대상으로 판정이 바뀌었더라도 병역 면탈을 위해 체중을 일부러 늘렸다는 점을 수사기관이 입증해야 한다는 얘기다.
대법원은 2005년 "입영기피를 넘어 병역의무를 기피하거나 그 의무를 감경·면제받으려고 의무 이행을 면탈하고 병무행정의 적정성을 침해할 직접적 위험이 있는 적극적 행위만을 처벌대상으로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병역 면탈에는 일부러 살을 찌우거나 빼는 행위, 정신질환이 있는 것처럼 위장하기 등 전통적 방식 외에도 다양한 수법이 사용됐다.
A씨는 과거 팔씨름하다 손목을 다쳤다며 손목과 손가락에 강직 현상이 있는 것처럼 행세해 2020년 선천성 기형 판정을 받아 냈다.
법원은 A씨가 고의로 의사를 속여 6급(병역 면제) 판정을 받은 것으로 보고 유죄를 선고했다.
B씨는 2021년 피부를 손톱으로 일부러 긁고 약물 복용을 중단하는 방법으로 두드러기와 발진을 유도했다. 4급 판정(보충역)을 받았지만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피부를 긁은 사실이 없고 자연 상태의 발진 사진을 병무청에 제출했다고 반박했지만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신체검사 이전 진료기록에 두드러기 발진이 없었다고 기재됐고 약물 중단에 따른 증상 발현도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라며 "피부에 난 다수의 붉고 긴 선들은 손톱으로 긁어 두드러기를 일부러 발현되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C씨는 2018년 본태성 고혈압 4급 판정을 받기 위해 평소 복용하던 혈압약을 먹지 않고 일부러 흡연하거나 잠을 줄이는 꼼수를 썼다.
징병검사 당일에는 점심시간 화장실에서 운동하는 등 일부러 혈압을 상승시켜 병역을 면탈한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신체를 손상하려 한 정황이 있지만 손상이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아 무죄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D씨는 2019년 브로커를 통해 자전거 경음기 소리를 귓가에 계속 울린 뒤 청성뇌간유발검사를 받으면 청각장애가 있는 것처럼 위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검찰은 D씨가 병역의무 감면을 목적으로 신체를 손상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재판부는 청각기관 손상이 증명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마지막 청력검사 결과 D씨는 신체등급 1·2급에 해당하는 점, D씨가 '방법대로 시도했으나 귀만 아프고 청력감소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더는 시도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해 신체 손상이 증명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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