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못된 짓을 했더라도 착한 행동으로 덮어버린다면 그는 이 세상을 비추리라, 구름을 벗어난 달처럼. <법구경>
천명의 사람을 죽여 천개의 손가락으로 목걸이를 만들어야 완전한 수행을 성취할 수 있다는 사악한 스승의 말을 믿고 살인마로 전락한 나머지 부처님까지 해하려다 도리어 부처님에 감화됐다는, 그리하여 군중의 돌팔매를 맞으며 기꺼이 죽어갔다는 앙굴리말라를 기리는 부처님의 노래다.
북가주 리치몬드 브릿지 북단에 있는 산퀜틴 교도소에 수감중인 사형수 자비스 제이(Jarvis Jay, 사진 출처-Tricycle), 그는 앙굴리말라처럼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지만 앙굴리말라처럼 살인마로 낙인찍혀 감옥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처지다. 최근 미국의 대표적 불교매체인 라이언스 로어(Lion’s Roar)나 트라이시클(Tricycle)에 다시 소개된 자비스 스토리는 불우했던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다.
1962년 남가주 롱비치에서 태어난 그는 마약중독자였던 어머니 아래서도, 어머니를 대신한 이모의 보살핌 속에서도, 가출과 폭력을 일삼는 문제소년으로 자라났고 1981년 무장강도죄로 교소도에 수감됐다. 게다가 1985년에는 교도관 살해혐의로 추가기소돼 사형선고를 받는다. 그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동료죄수들의 허위증언에 속수무책이었다.
1990년, 그는 교도소를 찾은 티벳불교 스승 차그두두 툴쿠 린포체 스님을 통해 부처님 가르침을 접하게 된다. 사상제를 접하고 보살의 삶을 서원한다. 그러는 사이에 그의 동료죄수들이 허위증언을 철회했고 2001년에는 다른 죄수가 흉기를 만들었다고 시인했다. 그는 불교가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꿨는지 보여주는 책(2009년 작 “저 새는 나의 날개를 지녔다: 사형을 기다리는 무고한 남자의 자서전”)을 쓰고 재소자들을 상대로 상담과 강연을 수차례 해왔다.
그러나 살인누명은 벗겨지지 않았다. 가주법원은 그의 항소를 거듭 기각했다. 그가 이제 연방법원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중이다. 연방법원은 ‘사형수 보살’ 자비스 제이의 누명을 벗겨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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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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