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외국인 투자의 국가 안보상 문제점 등을 심사하는 미 당국이 최근 6년 사이 중국 기업들의 미국 기업 인수·합병(M&A)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국 다음으로 싱가포르·한국·일본 기업들도 미국 기업 M&A와 관련해 미 행정부의 주목 대상이 됐다.
미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마틴 코르젬퍼 선임연구원은 12일 중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 과정에서 첨단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우려한 미국이 관련 심사 당국인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관할범위를 확대해왔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반도체 장비 등 핵심기술과 관련 있는 외국인 투자나 외국 국영기업이 추진하는 미국 내 M&A는 의무적으로 CFIUS에 신고해야 한다.
대다수의 경우 M&A가 미 국가안보상 우려를 야기할 수 있는지 해당 외국 기업이 자체 판단해 신고 여부를 결정하는데, 미신고했다가 CFIUS가 M&A에 대해 수정 명령을 내리거나 무산시킬 수도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6∼2021년 사이 미국 내에서 이뤄진 외국 M&A 가운데 중국의 금액 기준 비중은 4%였지만, CFIUS의 조사 건수 가운데 중국 비중은 15%로 최대였다.
한국의 경우 M&A 액수와 조사 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2%와 4%였고, 일본은 각각 8%와 12%였다.
보고서는 특정 국가가 외국 기업의 미국 내 M&A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대비 CFIUS 조사 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비율을 지수화했는데, 중국이 3.73으로 가장 컸다.
또 싱가포르(2.57)와 한국(1.87), 일본(1.39) 등 아시아 국가들이 뒤를 이었다.
이에 비해 독일(0.56), 캐나다(0.54), 영국(0.36), 스위스(0.30), 아일랜드(0.19) 등 서구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수치가 낮았다.
이 수치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국가 기업의 미 기업 M&A가 CFIUS에서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한국과 일본은 서방 동맹국들과 중국 사이에 위치해 있다"면서 이는 양국 기업들이 서방 각국 기업보다 더 민감한 분야에 투자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 투자자와 관련된 CFIUS 신고·조사 건은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하기 전인 2017년 약 60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후 중국이 자국 기업의 해외투자 규제에 나서고 CFIUS의 감독 기능이 강화된 2020년에는 약 22건으로 줄어들었다가, 지난해 다시 약 45건으로 늘어났다. 이는 캐나다와 유럽연합(EU) 내 모든 국가의 사례를 합한 수치에 이어 2번째로 많은 것이다.
보고서는 지난해 중국 기업들의 M&A 관련 신고·조사가 늘어난 것과 관련, CFIUS의 관할권 확대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CFIUS가 미국 기업의 범위를 미국 내에서 운영되지 않는 기업들로까지 확장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2004년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에서 분사한 뒤 씨티그룹 벤처캐피털에 인수된 매그나칩반도체가 중국계 사모펀드에 회사를 매각하려다가 CFIUS의 승인을 받지 못해 무산된 사례를 거론했다.
매그나칩은 한국에서 회사를 운영하지만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돼 있어 CFIUS의 심사를 받아야 했고, 미 정부는 매그나칩의 반도체 기술이 중국에 넘어가면 미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매각을 반대했다.
보고서는 중국 기업 관련 신고·조사가 늘어난 또 다른 배경으로 CFIUS가 M&A 자체를 막지 않고 우려되는 사항을 시정하는 조건으로 M&A를 허용하는 '안보위협 완화 합의' 처분을 늘리고 있고, 중국 기업들이 향후 문제 소지를 없애기 위해 민감하지 않은 투자도 신고하기 때문일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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