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 떨어진 지폐를 절대 줍지 마세요!” 최근 각 주정부가 시민들에게 강력 권고한 이상한 사연의 내막인즉, 돈에 묻은 신종마약가루가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이다. 가루 형태로 나오는 마약 종류는 수도 없이 많은데 독성이 가장 강한 펜타닐은 본래 말기 암 환자들의 극심한 고통을 줄이기 위해 얀센제약이 개발한 약이었지만 특허기간이 끝나면서 어느새 거리에서 가장 쉽게 구하는 값싼, 그래서 더욱 위험한 마약이 되었다. 10-20대 사용자들이 치바 블랑카라 부르는 펜타닐은 주로 피부에 붙이는 패치나 막대사탕 형태로, 아편의 80배, 모르핀보다 150배나 강하다. 단 한 번의 경험으로 중독에 빠지기도 하고, 가루형태의 펜타닐을 헤로인이나 메스암페타민(히로뽕)에 섞어 마이크로그램 단위를 넘기면 바로 사망이다. 미 전역에서 펜타닐 과용 사망자는 하루 평균 150명.
코케인도 흔히 가루로 판다. 홈리스로 살아가는 고통, 홈리스가 되어가는 고통을 잊기 위해 이 시간에도 거리마다 싸구려 코케인이 거래된다. 코케인 가격이 몇 년 새 서너 배 오르면서 중간 딜러들은 코케인 가루에 베이킹 소다를 섞어 양을 늘리고 가격을 낮춘다. “헤이 맨! 왓츠 업?” 잠깐 악수를 나누는 눈 깜빡 사이 코케인 봉지와 지폐가 교환된다.
엊그제 다운타운 홈리스 미션 단체 건물 앞을 지나는데, 거기 모여 있던 홈리스 무리들 앞으로 한 사나이가 백팩을 메고 지나가며 중얼거린다. “캐비! 캐비!” 캐비는 본래 캐비어(Caviar; 상어알)에서 나온 말로, 크랙 코케인(정제된 덩어리 형태로 쇠국자에 녹인 다음 파이프에 넣어 불에 달궈가며 연기를 흡입하거나 팔목, 발목, 목덜미에 직접 주사)의 은어다. 영화에서는 빳빳한 지폐를 돌돌 말아 하얀 가루를 코로 들이마시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렇게 사용된 지폐는 돌고 돌아, 미 20개 주요도시의 20달러짜리 지폐 90-95%에서 마약성분이 검출되었다는 게 국립마약통제국의 발표다. 또한 심심찮게 뉴스에 나오는 ‘주택 차고에서 원인 모를 폭발’의 ‘진짜 원인’도 불법 마약제조 과정에서 일어났다는 것 역시 알려진 사실이다.
한때 격렬한 운동을 하다가 허리가 꺾이는 부상을 당했다. 아아아악! 그 고통은 순간적으로 머릿속을 하얗게 비우며 기절 직전까지 나를 몰고 갔다. 응급실에서 진통제를 맞았는데 곧바로 통증이 가시면서 온몸으로 퍼져오던 나른한 쾌감(Euphoria)이라니! 모르핀 효과다. 모르핀은 마약성 진통제로 양귀비에서 나오는 아편의 주성분이다. 텃밭에 핀 양귀비라고 죄다 아편이 되는 건 아니고 30여 종자 중 한두 가지만 아편을 만들어낸다. 아름다운 양귀비꽃 1만2,000송이에서 채집한 아편에 물과 석회를 넣어 반죽하고 다시 염화암모늄에 처리하면 헤로인 2파운드를 얻는다. 축구장 가득 양귀비꽃이 피었을 때 1파운드를 얻는다는 계산이다. 모르핀 체험 이후 나는 ‘뇌와 마약중독’에 큰 관심을 가지고 중독치료기관에서 한동안 일했다.
일부 부유한 가정 출신들을 빼고는, 이때 만난 수많은 중독자들이 열악한 사회경제환경, 트라우마, 우울, 불안 등 심리적 어려움에 처해있던 것을 기억한다. “행복한 환경에서 지낸 쥐들은 모르핀중독에 빠지지 않았다”는 브루스 알렉산더박사의 유명한 ‘쥐 공원 실험‘이 과연 현실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를 날마다 고민했었다. 힘드세요? 우울하세요? 마약 대신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명상을 하세요~~ 라고 말한다면 이들은 당장 나에게 주먹을 날릴 것이다. 환경은 가혹하다. 환경에 몰려 자초한 중독. 중독은 정신질환이다. 의지의 문제가 아니고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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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케이 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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