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NG 공급업체, 파키스탄과 공급계약 파기… “위약금 물고 유럽에 파는 게 이익”
▶ ‘경제난’ 스리랑카, 러시아서 LNG 조달 타진…미얀마, LNG 수입 중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 각국이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대폭 줄이자 파키스탄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에 심각한 에너지난이 빚어지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파키스탄에 액화천연가스(LNG)를 장기 공급하기로 한 에너지 업체들은 계약 파기를 감수해 가며 유럽 쪽으로 거래선을 바꾸고 있다.
실제로 이탈리아 국영 에너지 업체인 에니(Eni)와 스위스 소재 국제원유거래업체인 군보르 그룹은 작년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파키스탄에 공급할 예정이던 선박 12대 이상 분량의 천연가스 선적을 취소했다.
이는 에너지 업계에선 전례를 찾기 힘든 일로, 파키스탄 측에 위약금을 물고 취소한 물량만큼을 유럽 현물 시장에 파는 게 지금처럼 LNG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선 더 이익이라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파키스탄을 비롯한 개도국들은 선진국 시장에서 LNG 가격이 정체 양상을 보이던 2010년대 중반께 LNG 장기수입 계약을 체결하기 시작했다.
파키스탄이 2017년 에니 및 군보르 그룹과 계약을 체결할 때만 해도 글로벌 공급업체 12곳에서 입찰에 참여할 정도로 LNG는 개도국들에도 진입 장벽이 낮아진 에너지였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러시아를 고립시키기 위해 유럽 각국이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대폭 줄이기로 하고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LNG 가격은 폭등하고 있다.
개도국으로 가야 할 물량이 시장 논리에 따라 유럽으로 방향을 트는 것도 업계에선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런 여파가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개도국에 미칠 타격이 심대하다는 점이다.
경제난 속에 국제통화기금(IMF)의 추가금융 지원을 타진하고 있는 파키스탄은 에너지 대란을 피하기 위해 온갖 자구책을 동원하는 모습이다.
이슬람 성월인 라마단 종료를 기념하는 명절 '이드'를 즐겨야 하는 시기이지만 지역별로 12시간 이상의 정전을 의무화하고 에어컨 운영도 규제하고 있다. 에너지난이 내년에는 식량난으로 이어질 거라는 걱정 속에 발전소에 공급해야 할 LNG를 비료 제조업계 쪽으로 재배분하기도 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에너지 위기로 인한 경제난을 걱정하는 개도국은 파키스탄뿐만이 아니다.
일시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한 스리랑카도 급등한 LNG 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워 아예 러시아로부터 상대적으로 저렴한 LNG를 대량 조달하는 방안을 타진하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최근 가장 비싼 가격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LNG 선적량을 조달하기로 했고, 미얀마는 가격 폭등을 버티지 못하고 작년에 LNG 수입을 중단했다.
에너지컨설팅 업체인 팩트 글로벌 에너지(FGE)의 페리둔 페샤라키 회장은 최근 공개 메모를 통해 "유럽이 자기 영역 내에서 원하는 결정을 하는 건 괜찮지만 엉망진창이 된 에너지 상황을 개도국에 떠넘기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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