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신의 직업이 십년 고개를 몇 번 넘으면 도사가 되듯이 나도 직업병의 하나로 사람의 움직임을 보면 그 사람의 근육의 나이테를 본다는 것이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나 마치 행동심리학처럼 그 사람이 무슨 동작을 하거나 무심결에 움직일 때 쓰는 근육을 보면 그 사람의 행동 패턴이나 성격, 때로는 상처까지도 관통이 될 때가 있다. 이는 내가 무슨 도사의 경지에 이르러서가 아니고 주름과 같이 근육 또한 그 사람이 살아온, 숨길 수 없는 정직한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복근운동을 많이 하는 사람은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고 앉는 게 정석이다. 하지만 마음을 다치거나 삶의 희망이 없을 때 그 근육은 몸을 지탱해주지 못한다. 바로 습관 때문이다. 몸에 힘을 주어야 할 곳에 힘을 주고 힘을 빼야 할 곳에 힘을 빼고 있는 것. 말로 풀어보면 아주 간단하고 당연한 진리이지만 막상 자신의 자세를 돌이켜보면 만만한 일이 아니다. 스트레스에 많이 노출될수록 복근을 이완시키고 어깨와 등을 경직시킨다. 사실 그 반대로 해야 바른 자세가 되고 근육도 몸도 편안한데 말이다.
렘브란트가 인생 말년에 그린 그의 초상화를 보면 젊을 때의 그 멋진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비참한 한 노인의 모습이다. 목이 앞으로 쭉 빠져나와 굽은 등이 더 도드라져 보이고, 배가 많이 나온 상태로 어깨가 축 쳐져 있다.
나이가 든다고 모든 사람이 이렇게 늙어가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더더욱 삶에 있어 나이는 절대기준이 되지 못하는 세상이다. 하지만 삶의 어려운 여정을 만났을 때 좀 더 긍정적인 생각과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희망이 삶의 근육을 바꾸어낼 수 있다. 20대까지는 엄마가 물려주신 얼굴이지만 40세가 지나서는 자신이 만들어낸 얼굴이란 말이 있듯이 40대가 넘으면 내가 몸을 관리해온 습관대로 변해가고 있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특히 보이지 않는, 하지만 인체를 구성하는 가장 길고 가는 근육들을 단련하는 일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삶의 한 결 한 결이 아름답게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오늘도 나의 자세, 나의 걸음걸이 하나도 신경써보자.
<이미경 / 발레 안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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