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02년부터 5년간 저장성 공산당 서기를 지내는 동안 현지 신문에 기고한 글을 모아 ‘즈장신위(之江新語)’라는 책을 냈다. 즈장은 저장성 첸탕강(錢塘江)의 별칭이다. 이 강은 매년 추석 전후에 나타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조수 해일로 유명한 관광 명소다. 훗날 시진핑이 중국 최고 권력자가 된 뒤 저장에서 인연을 맺은 심복들을 공산당과 정부 요직에 대거 발탁하자 즈장이 다시 회자된다. 홍콩 언론들은 이들을 싸잡아 ‘즈장신쥔(之江新軍)’이라 지칭하며 권력 독점을 꼬집었다.
일찍이 마오쩌둥은 즈장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 솟구치는 파도를 보며 ‘관조(觀潮)’라는 시를 지었다. 요즘 즈장신쥔이 마치 그 파도처럼 기세등등하다. 저장성 공산당 선전부 출신으로 ‘즈장신위’ 작업을 주관한 천민얼은 ‘황태자’로 꼽히며 충칭시 당서기를 거머쥐었다. ‘시진핑의 복심’으로 불리는 리창은 중국 상하이시 당서기를 꿰찼다. 저장성 정책통으로 시진핑과 독대할 정도로 가까웠던 천이신은 지금 ‘중국 공산당의 칼잡이’로 불리며 중앙정치법률위원회 비서장으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즈장신쥔의 전진 배치는 시진핑의 영구 집권 욕심과 맞물려 있다. 2018년 개헌으로 국가주석의 3연임 제한을 폐지해 제도적 장애물은 일단 제거했는데, 내친김에 덩샤오핑이 남긴 ‘칠상팔하(67세 유임 68세 은퇴)’ 원칙까지 허물 태세다.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중국 당국이 올 들어 사법기관 간부 약 18만 명을 징계했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내년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시진핑의 권력 강화를 노린 포석이라고 보도했다. 즈장신쥔의 실력자인 천이신이 이번 사정 열풍의 중심에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는 분석이다. 죽을 때까지 절대 권력을 휘두르며 중국에 대재앙을 몰고왔던 마오쩌둥의 과오를 겪고도 그 전철을 밟으려 하는 시진핑의 어리석음이 개탄스럽다. 열흘 넘도록 붉은 꽃은 없고(화무십일홍) 권력은 십년 넘게 지속되기 어렵다(권불십년)고 했다. ‘영원한 권력은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유념해야 할 때다.
<문성진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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