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3개월간 다녀왔더니 자동차의 밧데리가 완전히 방전되어 있었다. 로드 서비스의 도움으로 간신히 시동을 걸어 딜러숍을 찾았다. 내 차는 2005년에 샀는데 현재 마일리지는 삼만 삼천이다. 세월의 흐름만으로도 노후화되는지 밧데리를 교체한 후 바퀴도 갈아야 한단다. 딜러숍에 그냥 맡길까 하다가 코스코에서 가격을 비교해 보니 500달러는 절약이 되었다. 남편의 부재 후 처음으로 혼자 해보는 일이다. 남편의 취미는 자동차 관리였다. 시간날 떄마다 엔진까지 청소하고 위험하다며 아직은 쓸 만한 멀쩡한 바퀴를 바꾸곤 했다. 당연히 자동차에 관계된 것은 일체 그의 몫이었다. 미국에 와서 일 년이 넘도록 나는 개스 한 번 넣어보지 않았고, 25년이 된 지금까지를 헤아려도 몇 번 되지 않는다.
남편의 병이 위중했던 작년 12월, 이십 년 넘게 타고 다녔던 그의 전용차를 팔았다. 스모그 테스트 결과, 손볼 곳이 많아 처분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남편의 심정이 어땠을까 짐작이 간다. 그 차는 단순히 출퇴근용으로만 쓰이지 않았다. 눈만 뜨면 회사로 달려가던 남편이 하루를 버티기 위해 한낮에 잠시 쉬던 공간이었기에 허탈감이 상당했을 것이다. 자동차 관리가 걱정되어 다른 두 대의 차도 팔았다. 딜러숍과 중고차 사이트에서 견적을 받고 한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팔았다. 막상 바이어를 만나기 전에는 두렵고 걱정이 되었지만, 거래는 금방 이루어졌다. 팬데믹으로 부품 생산이 제대로 되지 않아 새 차가 부족한 탓에 중고차가 귀하신 몸값이 되었기 때문이다.
자동차에 문외한인 나를 놀라게 한 일이 며칠 전에 또 일어났다. 프리웨이를 달리는데 갑자기 “띵” 하고 빨간 경고등이 떴다. 금방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아 허겁지겁 다음 출구로 나가 차를 세우고 살펴보니 “required main approx. 260”이라는 메시지가 떠 있다. 문구로 보아 오일 체인지 할 때를 알려주는 것 같아 일단은 안심이 되었다. 앞유리에 붙은 스티커의 예상 날짜를 보니 5년이 지났다. 바로 딜러숍을 찾았더니 세차에 왁스까지 해주어 자동차가 반짝반짝 윤이 났다. “마나님, 차 좀 닦고 다니슈.” 그러잖아도 남편의 잔소리가 자꾸 들려와 자동 세차라는 걸 한 번 시도해보려고 했는데, 비싸도 딜러숍에서는 제 값을 해주는 것 같다.
<김희원(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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