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속공동체. 태국에 있는 불교적 공동체다. 포티락 스님이 1971년 5명의 도반과 함께 시작했다. 출가 이전에 스님은 음악인으로 방송인으로 엄청난 돈과 명성을 거머쥐었다 한다. 그랬던 그가 돌연 출가한 뒤 부패하고 권력화한 주류승단에 합류하지 않고 가난한 이들과 가난한 땅에서 가난한 공동체를 꾸렸다. 먹거리든 옷이든 자급자족을 목표로 하되 혹여 남는 게 있으면 이문을 붙이지 않고 필요한 이들에게 팔았다.
5년이 가고 10년이 가면서 함께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작년 7월 현재, 아속공동체 가족만 5,000여명을 헤아린다. 9개 공동체에 30여 지사로 확대됐고, 부설학교 8개교, 채식레스토랑 6곳, 유기농비료공장 4곳, 방앗간 3곳, 허브의약품공장 2곳, 병원 1곳, 농장 160ha 등 어마어마한 공동체로 성장했다.
이제는 아속공동체의 이모저모를 배우기 위해서, 배워서 자기땅에 이식하기 위해서, 세계 곳곳 뜻있는 이들이 사시사철 몰려든다. 한국에서도 여러 명이 아속공동체를 체험했다. 작년 8월말까지 근 2년간 샌프란시스코 여래사 주지 소임을 맡았던 광전 스님도 여건이 되면 아속공동체에 상당기간 머물며 견학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아속공동체가 있게 한 포티락 스님에게 2020년 만해대상(평화부문)이 주어졌다.
“우리는 언제나...?” “우리도 한번....!”
포티락 스님이나 아속공동체 같은 스토리가 회자되면 거의 후렴처럼 따라붙는 자탄성 부러움 내지 부러움 섞인 자탄이다. 그러는 이들이 알고는 있을까, 북가주 한인 불교마을에도 공동체의 꿈이 부단히 피고지고 했다는 것을.
십오륙년 전, 여래사 주지 수원 스님과 삼보사 주지 범휴 스님 등이 나서 한인사찰 통폐합을 포함한 공동체 방안을 제시했다. 실행목표 1호 사업으로 불자양로원 구상이 나왔다. 불자들은 반색했다.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 두 스님 모두 창건주 내지 소유주 주지가 아니라 임명직 주지였던 까닭에 한계가 따랐다.
몇년 간 잠잠했던 공동체의 꿈이 다시 피어난 것은 새크라멘토 영화사(주지 동진 스님)에서였다. 신병치료차 한국에 있는 전임주지를 대신해 잠시 왔다가 눌러앉게 된 스님은 영화사의 주택가 셋집살이 19년을 청산하고 2011년 초 지금의 5에이커 부지로 옮겼다. 큰뜻이 있었다. 노년의 불자들이 고독에 시달리거나 무관심에 방치되는 일 없이 부처님 도량에서 도반들과 함께 먹고 자고 웃고 일하고 공부하는 공동체로 가꾼다는 것이었다.
대승사 주지 설두 스님도 비슷한 꿈을 품었다. 부임 초기부터 수행처 취식처 공원 등을 고루 갖춘 ‘거주형 도량’ 청사진을 내건 스님은 길로이에 13에이커 부지를 확보한 뒤 산타클라라 주택가를 벗어나 길로이 임시법당으로 이전했다.
광전 스님은 여래사 맞춤형 공동체 구상을 갖고 있었다. 밤낮없는 비행기 굉음을 피해 여래사를 버클리 등지로 옮기고 주로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노년층 신도들을 위해 포교당을 두며, 새 여래사는 주상복합형 건물을 구해 1,2층에는 사찰음식점과 찻집 등을 차려 자급자족을 꾀하고 그 위로 법당/선방 및 스님처소를 둔다는 식이었다. 사찰음식점 구상은 설두 스님의 대승사 구상에도 들어있었다.
세 스님의 고마운 꿈은 그러나 멈춤 상태다. 광전 스님의 꿈은 그의 한국행으로 꿈에 그치게 됐고, 설두 스님의 꿈은 행정당국의 건축허가 지연으로 첫 삽을 뜨기도 전에 3년 세월이 흘렀다. 현재는 대규모 공동체 청사진을 보류하고 보다 현실적인 제3의 도량을 알아보는 중이다. 영화사는 한결 나은 형편이다. 지난 10년간 철두철미 스님과 소수정예 신도들의 합심노력으로 마음만 먹으면 생활공동체형 도량으로 변모할 수 있을 만큼 기초체력이 튼튼해졌다. 하지만 스님은 서둘지 않는다. 공동체 구상을 접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공동체에 대한 불자들의 인식과 자세가 반듯하게 정립되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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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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