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이런 제목의 책이 나왔다. 불교전문 불광출판사에서다. 1975년 출가했다 10여년 뒤 환속했으나 “우리 문화유산을 답사하고 공부하는 것을 금생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지금도 항상 길 위에 있다”는 노승대 작가의 역작이다.
뜬금없는 제목처럼 책 내용은 몇십년 불자들도, 심지어 그 절에 사는 스님들도 잘 모르는 갖가지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출판사가 책소개를 겸해 내놓은 질문 가운데 일부만 봐도 그 답을 아는 사람이 흔치 않을 것 같다.
“법당의 현판 옆을 뚫고 고개를 내민 청룡과 황룡은 꼬리가 저쪽 법당 뒤편까지 뻗어 있다. 아예 법당을 달고 날아오를 기세다. 어디로 가려는 것일까? 그 옆에는 야차가 힘겨운 표정으로 사찰 지붕을 이고 있다.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법당 안으로 들어가니 기둥에는 용에 쫓긴 수달이 나 살려라 달아난다. 고기를 물고 있기 때문일까? 불단 아래쪽에서는 가재와 게가 맞서 겨루고 있다. 누가 이겼을까? 또 한쪽 벽에는 신선들이 끼리끼리 모여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무슨 이야기일까?...”
아닌 게 아니라, 이 책은 현판 뒤에 몰래 숨겨진 돼지, 사천왕 밑에 깔린 도깨비, 부도 안에 새겨진 전설의 새 가릉빈가, 절 뒤편 은밀한 전각 안에 있는 삼신할미 등 아무나 모르는 사찰 안의 온갖것을 보물찾기 하듯 찾아내 그 의미와 유래를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예컨대 사자 용 코끼리 가릉빈가처럼 불교경전에서 유래해 중국을 거쳐 우리땅 절집에까지 흘러들어온 동물과 전설 속 주인공도 있고, 호랑이 도깨비 삼신할미처럼 우리민족 고유의 신앙이 외래종교 불교와 포개지면서 생겨난 것도 있다고 한다. 이런 비불교적인 요소들이 절집에 터잡게 과정도 흥미롭게 전개된다.
이 책이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원장 원행 스님)이 주최하고 불교출판문화협회(회장 지홍 스님)이 주관하는 ‘제17회 불교출판문화상’ 대상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올해의 불서는 2019년 10월1일부터 올해 8월30일까지 한국에서 초판 발행된 불교관련 도서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우수상에는 ‘한국불교사’(정병삼 지음/푸른역사)와 ‘생명과학과 불교는 어떻게 만나는가’(유선경, 홍창성 지음/운주사)가 선정됐고, 수향번역상 수상작으로는 ‘생명으로 돌아가기’(조애나 메이시, 몰리 영 브라운 지음/이은주 옮김/모과나무), 붓다북학술상 수상작에는 ‘실크로드의 대제국 천산 위구르 왕국의 불교회화’(조성금 지음/진인진)가 각각 뽑혔다.
이밖에 ‘10분 치유명상’(김응철 지음/불교신문사) ‘께따까, 정화의 보석’(미팜 린포제 지음/최로덴 옮김/담앤북스) ‘선의 통쾌한 농담’(김영욱 지음/김영사) ‘이솝도 빌려간 부처님 이야기’(한국불교아동문학회 엮음/대양미디어) ‘한국의 산사 세계의 유산’(주수완 지음/조계종출판사)이 입선작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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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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