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어요."
하정우가 휴대전화 해킹 피해를 안 건, 지난해 12월 2일(한국시간 기준)쯤이었다. 휴대전화 메시지로 해킹범이 연락을 해온 것. 그 뒤 협박범은 하정우에게 자신의 휴대전화에 있던 사진과 메시지를 보내왔다.
하정우와 휴대전화 해킹, 프로포폴 혐의 등과 관련해 세 차례 이야기를 나눴다. 한 번은 호주에서 영화 촬영 중인 그와 전화통화로, 한 번은 그가 주연을 맡은 '클로젯' 개봉 당일 단둘이 만나, 한 번은 LA에 있는 그와 전화 통화로 길고 길게 이야기를 나눴다. 취재한 것들과 그의 이야기를 토대로 상황을 정리한다.
하정우는 협박범이 예전 여자친구와 해외여행 간 사진 등과 메시지 등을 보내왔다고 토로했다. 그래서 "너희는 겨우 이런 걸로 협박하냐"고 응대도 했다. 그랬더니 "유명인이시니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된 협박범의 협박은 근 한 달여 동안 진행됐다. 하정우는 몇몇 지인과 상의한 뒤 처음 협박을 받은 지 사흘 뒤인 12월 5일께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했다. 당시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내역을 통째로 제출했다. 하정우를 대리해 신고한 지인에게 수사관은 "지금은 피해자로 신고했지만 휴대전화 내역을 검토한 뒤에 피의자로 전환될 수도 있다"고 했다. 정준영 사건처럼 휴대전화에 성범죄 정황이 있을 경우 피의자로 전환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하정우 측은 전혀 상관없다며 관련 자료를 모두 제출했다.
하정우가 경찰에 신고한 줄 모르는 협박범은 그 뒤로도 계속 그를 협박했다. 하정우는 전화번호를 바꿨지만 바뀐 전화번호로 다시 연락이 왔다며 "정말 경악스러웠다"고 했다.
하정우에게 "형님" 운운하며 문자를 보내오던 협박범은 "형님 말고도 다른 연예인 해킹 자료도 많다"면서 다른 연예인들의 휴대전화 해킹 자료도 보내왔다. 그제서야 하정우는 해킹범들이 한국 연예인들과 유명인들 상당수를 협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정우는 "정말 힘들었던 건 영화 홍보 때문에 제가 계속 노출돼 있는데 끊이지 않고 협박이 오는 것이었다"고 털어놨다. 하정우는 그즈음 영화 '백두산' 홍보에 한창이었다.
하정우는 "'백두산' 홍보하려 네이버 V라이브를 하고 있는데 '방송 잘 보고 있다'고 문자가 오더라"며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고 했다. 하정우가 V라이브 도중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잠시 자리를 비운 건 그런 이유였다.
협박범은 하정우 해킹 자료를 '백두산' 개봉에 맞춰 터뜨리겠다며 억대를 요구하면서 계속 협박을 해왔다. 하정우는 "해볼 테면 해봐라, 너희에게 줄 돈이 있으면 너희를 잡는 데 쓰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백두산'으로 하정우가 기자들과 인터뷰를 할 때도 협박범의 문자 협박은 계속됐다. 그가 인터뷰 도중 종종 화장실을 찾은 건, 분노를 가라앉히고 평정심을 되찾기 위해서였다. 하정우는 "그럴 때마다 숨을 못 쉬겠더라"고 털어놨다.
협박범이 하정우에게 백기를 든 건 12월말. 하정우는 "12월 30일인가, '이 문자를 마지막으로 더이상 연락하지 않겠다'는 문자가 왔다"고 했다. 지옥 같았던 한 달이었다고도 했다.
하정우는 "저는 그냥 휴대전화 해킹 피해자에요.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내역을 전부 경찰에 넘겼어요. 제가 경찰에 신고를 해서 수사가 진행됐던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수사 당국은 하정우의 신고로 해킹 피해자들이 여러명이 넘는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중국 공안과 협조해 수사를 진행해왔다. 그 결과 지난달 범인 두 명을 구속했다.
그 뒤 하정우는 프로포폴 투약 의혹을 받았다. 의혹 보도가 끊이지 않자 하정우가 공식 입장을 내면서 "치료 목적이었을 뿐"이라며 "당시 의사와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다 갖고 있다"고 한 건, 휴대전화 해킹 피해를 받았을 때 디지털 포렌식으로 관련 자료를 모두 남겨놨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문제의 병원 원장이 보낸 문자와 자신이 보낸 답문자 등 모든 내역이 다 있다고 자신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하정우 측은 프로포폴 투약 혐의와 관련해 당시 병원 원장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들을 소명서로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집행하는 방식으로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하정우 관련 자료를 확보한 건, 하정우 측이 제출한 소명서와 그가 사이버수사대에 제출한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자료가 일치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압수수색 형식으로 하정우가 경찰에 제출한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정우는 "왜 협박 피해자가 범죄자 취급을 받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프로포폴 투약 혐의도 몹시 억울해 했다. 그는 단둘이 만난 그날도 매서운 추위 속에서 한 시간 넘게 걸어서 왔다고 했다. 걷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고도 했다.
하정우 휴대전화를 해킹하고 협박한 범인 두 명은 최근 구속 기소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유명 연예인 8명의 휴대전화를 해킹한 뒤 개인 정보를 유출하겠다고 협박해 이 중 5명에게 약 6억1000여만원을 받아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나머지 피해자 3명은 돈을 보내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돈을 보내지 않은 사람들 중 한 명이 바로 하정우다. 경찰은 범행을 지시한 주범이 따로 있다고 보고 중국에 공조를 요청한 상태다.
한편 하정우의 프로포폴 투약 혐의는 검찰 수사 중이다. 현재 한국에 있는 하정우는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한다는 생각이다.
하정우가 보낸 지옥 같은 시간이, 자신을 향한 의혹을 벗게 해줄 전화위복이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스타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