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딜 가도 트롯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뽕포유 유산슬에 이어 레드 수트로 쭉 빼 입고 흥마저 고급지게 내는 미스터 트롯이 정점을 찍고 있다.“ 아니 저렇게 생겨서 그런 노래를 이렇게나 잘해?” 싶은 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으로 뒤숭숭한 사회 분위기 속에 그나마 웃음을 주는 대화 소재다. 요즘 트롯은 후지고 촌티 나는, 뽕짝이 아니다. 미스터 트롯에서 살아남으려면 아이돌 그룹 데뷔는 통상적인 단계로 거쳐야 하고 발라드 가수 아니면 감동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실력이 좀 부족하다 싶으면 뽕필 넘치는 드라마 한 편은 연출해야 탈락의 위기를 벗어난다. 시원한 가창력과 구성진 꺾기, 배우 뺨치는 외모,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현란한 퍼포먼스까지, 정말 트롯은 아무나 하나 싶다.
1980년대 이후 설 자리를 잃고 방황하던 트롯이 전 연령층을 아우르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제 트롯은 고단한 삶 속에 고수의 장단에 맞춰 추임새를 넣으며 재담을 풀어놓는 마당놀이 세대나 좋아하는 노래가 아니다. 중·장년층이 살아내고 있는 이 풍진 세상을 위로하는 트롯 흥부자들에게서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들이 달려들어 그래미상 무대에 BTS를 올리고 봉하이브(봉준호 감독 영화를 벌집 안의 벌들처럼 응원하는 팬덤)로 아카데미상을 휩쓸어버린 젊은 세대들까지 인생을 배우고 있다.
장르도 다양하다. 듣는 이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노래 실력에 각자의 장기를 살리는 창의력이 더해져 울분과 설움을 흥으로 발산한다. ‘역시 국악 트롯이 최고’라는 공식이 세미 트롯, 댄스 트롯, 코믹 트롯, 태권 트롯, 마술 트롯, 고난도 아크로배틱 트롯 등 역대급 퍼포먼스로 진화되었고 ‘트롯 신동’에 ‘트롯계 BTS’까지 등장하며 트롯으로 국민대통합을 이룰 태세다.
전 국민을 사로잡은 트롯 열풍의 진원지는 엔카의 여왕 김연자의 ‘아모르파티’다. 모 방송사의 열린음악회에서 인기 아이돌 그룹 엑소와 함께 출연해 ‘아모르파티’를 부른 영상이 SNS를 타고 그 중독성을 전파했다. 방청객으로 온 엑소팬이 트위터에 올린 연자송이 ‘네 운명을 사랑하라’(Amor Fati)고 인생을 가르친 것이다.
지금 한국은 COVID-19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해 위기 상황이다. 한국과 교류가 잦은 LA 한인사회는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가 자제하라는 3단계로 격상하면서 촉각이 곤두섰다. 내 인생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운명은 개척할 때 사랑할 수 있다. 방심해서 신세타령하지 말고 주의 또 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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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사회부 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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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한밤중에 일어나서 트롯트 몇 곡 구입하게 만드네. 그런데 역시 직접 부르기는 트롯트가 제격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