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월15일 미국 플로리다주 데이토나비치에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이 착륙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나스카(NASCAR·미국개조자동차경주협회)가 주최한 자동차 경주 대회 시리즈의 개막전인 ‘데이토나 500’에 참석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것이다. 미국에서는 자동차 경주를 즐기는 중년 백인 남성을 일컬어 ‘나스카 대드(NASCAR dad)’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는데 재선을 향하던 부시에게 데이토나는 최적의 유세 장소였다.
나스카 시리즈는 F1(Formula 1)·카트(CART)와 함께 세계 3대 자동차 경주로 10개월 동안 36개 경기를 펼친다. 올해로 62번째인 데이토나 500은 2.5마일(약 4㎞) 거리의 타원형 트랙을 200바퀴 돈다.
제조사들의 기술이 집약된 전용 경주용 차로 달리는 F1과 달리 일반 차를 개조한 스톡 카를 경주 차량으로 하며 쉐보레의 5,800cc V8 OHC 엔진 등 기본 사양은 같다. 사양이 규격화돼 기술력을 과시할 수 없는 탓에 포드와 쉐보레·도요타 등 소수만 참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드라이버 기량에 따라 성적이 판가름 나며 마지막까지 박빙의 레이스가 펼쳐진다.
데이토나 500은 시청자만 150개국에 2,000만명에 달하며 미국에서는 프로미식축구(NFL) 챔피언 결승전인 슈퍼볼과 같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중산층이 좋아해 경주 차량은 기업들의 로고로 도배돼 있다. 삼성전자도 2007년 나스카 텍사스 경기를 단독 후원했다.
정치인들에게도 집중 공략 대상이다. 데이토나는 아니었지만 로널드 레이건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나스카를 찾았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우승자를 백악관에 초대하기도 했다.
재선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6일 전용 의전 차량인 ‘더 비스트’를 타고 데이토나의 트랙을 돌았다. 트럼프는 보수층 팬을 겨냥해 “당신들이 애국자”라고 치켜세웠고 지지자들은 ‘4년 더’라는 구호로 답했다.
트럼프는 이날 트랙에서 재선에 성공한 부시를 떠올리며 선거인단 29명이 걸린 플로리다에서부터 승기를 잡으려 했을 것이다. 22일 네바다 코커스(당원대회)를 치르는 민주당이 트럼프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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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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