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여름 70여명의 중국 과학자들에게 휴양지 베이다이허(北戴河)에 모이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중국의 전·현직 수뇌부만 참석하는 베이다이허 회의에 초청된 과학자들은 당국의 ‘천인계획(千人計劃)’에 따라 해외에서 불러들인 초특급 인재들이었다.
이들은 회의에서 ‘유학 귀국과 혁신창업’이라는 주제로 인재육성 방안을 논의하고 당에 공식 건의문을 제출했다. 당시 시진핑 국가부주석은 이례적으로 과학자들과 만나 토론을 갖고 전폭적인 지원과 최고 대우를 약속했다고 한다.
천인계획은 2008년 12월 중국공산당 판공청이 ‘해외 고급인재 유치계획’을 발표하면서 중국의 최대 인재육성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10년 내 국가 차원의 혁신 프로젝트를 키우기 위해 외국에서 활동하던 2,000명의 중국인 인재를 고국으로 불러들이겠다는 목표까지 세웠다.
1991년 최고의 전문가를 육성하겠다며 도입했던 ‘중국 정부 우정상’이나 청년 학술 리더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백인계획(百人計劃)’의 규모를 키워 해외파 인재를 중용하고 선진국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겠다는 전략이다.
천인계획에서는 인재 선발과 관련해 55세 미만의 해외 박사학위 소지자로 매년 중국에 6개월 이상 근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혁신인재와 창업인재라는 두 가지 분야로 선발하는데 1인당 100만위안의 정착금과 함께 가족 영주권, 세금 면제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최소 6,000여명이 귀국한 것도 이런 정책 덕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해외로 진출한 인재들의 연구성과를 중국에 가져가 ‘그림자 실험실’을 운영하도록 강요한다거나 내국인과의 역차별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미국 교육부가 하버드대와 예일대 등을 대상으로 외국 정부나 기업의 자금지원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대학가에서는 막대한 돈으로 미국의 기술을 빼가는 천인계획을 겨냥한 조치라는 관측이 높다. 미국과 중국은 이처럼 치열한 인재유치 전쟁을 벌이는데 우리는 고급 두뇌를 키우기는커녕 온갖 규제로 남에게 빼앗기지 않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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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범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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