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나 조직을 사랑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사랑은 사랑의 시작과 동시에 눈을 멀게 만든다. 이성을 향한 깊은 애정만 그런 것이 아니다. 회사를 사랑하기 때문에 자신과 상관없는 인사 문제에 쓸데없이 간여하고, 그만둔 후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려 들고, 남아 있는 동료를 귀찮게 만든다. 회사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예컨대 구조조정의 광풍이 휘몰아쳐도 절망하지 않는다. 마음에 들지 않는 조직에 매달려 괴로워하지 않아도 된다. (중략) 욕심부리지 않는다면 도망칠 길은 얼마든지 있다.’
(소노 아야코,‘약간의 거리를 둔다’, 2016년 책읽는고양이 펴냄)
사람의 사랑이 거대하고 추상적인 조직이나 단체를 향할 때, 그 사랑은 조금 위험해지고는 한다.
사랑의 특성은 독점욕과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싶은 마음, 나와 대상이 운명적인 관계라는 믿음,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변치 않으리라는 맹목성에 있다.
이런 절대적인 사랑의 감정은 이념이나 조직을 향할 때보다 작고 가까운 데로 향할수록 좋은 것 같다.
높은 직위의 사람이 회사를 사랑하면 정작 사람을 미워하게 된다. 나만큼 회사를 사랑하지 않는 아랫사람들이 하는 모든 일이 못마땅하다.
반대로 실무자가 회사를 사랑해버리면 조직의 현실적인 결정들에 배신감을 느끼기 십상이다.
거창하게 회사를 ‘사랑’하기보다는 내가 맡은 일에 공들이는 태도, 동료들에게 느끼는 소박한 애정, 이러한 것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조직원들에게 필요한 요소가 아닐까.
소노 아야코의 이 책은 일·인간관계·삶 등에서 ‘약간의 거리’를 확보하는 것이 얼마나 유용한지 알려준다.
회사는 근거리에서 뜨겁게 사랑할 대상이 아니다. 그저 내가 다른 사람과 나 자신의 삶을 더 잘 사랑하면서 살 수 있도록 주어진 하나의 배경이고 무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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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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