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의 반발에 부딪혀 출근조차 못했던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임명 27일 만에 취임식을 열었다.
윤 행장은 29일 취임사에서 “혁신금융과 바른 경영으로 초일류 금융그룹을 만들 것”이라고 했지만 취임에 앞서 노조와 합의한 사항을 보면 굴복에 가깝다는 점에서 후유증이 불가피해 보인다.
노조가 우여곡절 끝에 투쟁을 철회한 것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얻었기 때문이다. 우선 여당 원내대표가 나서 노조에 인사에 대한 공식 유감을 표명한 것은 사례를 찾기 힘들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노조 측과 낙하산 근절에 대한 협약을 체결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밝혔는데 노동계의 반발이 총선에 미칠 악영향을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기자 간담회에서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며 낙하산 논란을 일축한 지 보름 만에 결이 다른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노조는 투쟁 명분으로 삼았던 낙하산 인사의 딱지를 붙이는 데 성공했지만 금융산업의 고질적 문제인 정치금융의 단면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말았다.
노조는 여기에다 노사 공동선언문에 노동이사제 등을 넣는 데 성공했다. 노동이사제는 대통령 공약이었지만 과도한 경영 개입에 대한 우려로 재계의 반대가 심했고 최근 수출입은행도 이를 감안해 도입하지 않기로 결론을 낸 제도다.
청와대는 “(윤 행장이 경제수석을 지내)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정당성을 주장했지만 결과적으로 인사권 관철을 위해 독소조항이 가득한 합의문을 내준 셈이다.
더 큰 문제는 기업은행만이 아니라 공기업, 나아가 노동시장 전체의 개혁이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점이다. 선언문 서명 자리에는 여당 원내대표와 금융위원장까지 참석해 증인 역할을 했는데 이런 사례는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고 그만큼 최고경영자(CEO)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노동 분야의 국가경쟁력이 하위권인 상황에서 노조의 힘만 자꾸 키워주고 있으니 기업들이 투자할 맛이 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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