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유튜브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독설을 퍼붓는 영상이 올라왔다.
“결론만 말하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진짜 머저리(dipshit) 같은 인간입니다.”
미국 정가는 벌집을 쑤셔놓은 듯했다. 대선이 끝난 지 1년 반 정도에 불과해 앙금이 여전한 가운데 영상이 진위를 가리기 어려울 정도였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 인터넷 매체가 즉각 “딥페이크(deep fake)에 대한 경각심을 주려고 만든 가짜”라고 해명해 논란은 수그러들었다.
딥페이크는 딥 러닝(deep learning)과 가짜(fake)라는 영어를 합한 말이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사람들의 이미지 영상을 합성하는 기술이다.
한 AI는 영상을 합성하고 다른 AI는 영상의 진위 여부를 자체 판별해 ‘가짜가 아니다’라고 판단할 때까지 합성과 판별을 반복해 매우 정교해진다. 딥페이크는 주로 정치인과 스타 등 유명인들을 대상으로 만들거나 헤어진 여인에 보복하려고 가짜 포르노를 만드는 데도 쓰인다.
네덜란드의 한 보안회사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온라인에 유통된 딥페이크 동영상은 1만4,798개다. 이 중 96%가 포르노이며 25%는 K팝의 한국 여자 연예인 얼굴이었다.
딥페이크가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자 미국 하원은 지난해 7월 미 정부와 인터넷 회사에 대응책을 촉구했다. 페이스북과 구글은 딥페이크 탐색기술 개발에 나섰고 아마존 등은 딥페이크 적발 경진대회를 후원하기로 했다.
미국 하원은 플랫폼 내에 탐지도구 구축을 강제하고 유포자들을 구속시킬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해놓고 있다. 그러나 탐지기술이 유포·확산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미국 대선을 앞두고 페이스북이 딥페이크 영상의 게시를 금지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대선에서 진위를 가리기 어려운 딥페이크 영상들이 선거 결과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염려 때문이다.
다만 풍자나 패러디를 위한 조작 영상은 그대로 둔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4월에 총선이 치러진다. 우리 당국과 인터넷 업체들은 선거든, 일반인 피해든 딥페이크 대처방안을 강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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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환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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