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본격화한 지 21개월 만에 1단계 합의에 도달한 모양이다. 12일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양측은 미국의 대중(對中) 관세철회와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확대 등 주요 쟁점에서 타협안을 만들어냈다. 중국이 내년에 500억달러어치의 미국산 농산물을 수입하는 대신 미국은 15일로 예정된 1,6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부과를 보류하고 이미 시행 중인 고율 관세도 축소한다고 한다. 이 소식에 한국 증시 등 아시아 금융시장이 일제히 반등했다.
시장의 반응이 보여주듯 미중 갈등 완화는 희소식이다. 그동안 글로벌 경제를 짓눌러왔던 무역 불확실성이 일단 제거됐기 때문이다. 어느 국가보다 양국 분쟁으로 인해 타격이 컸던 우리나라로서는 특히 반가운 일이다. 흔들리고 있는 한국 경제를 다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다만 우려되는 측면도 있다. 이번 합의는 기술이전 강요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이 빠진 봉합 수준이라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종전이 아니라 휴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벌써 미국 언론에서는 종전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것은 우리 경제에 긍정적 효과뿐만 아니라 악영향도 끼치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이 미국과 타협한 대로 대미 흑자를 줄이기 위해 미국 제품의 수입을 대폭 늘리면 우리 수출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공개된 보고서에서 “중국이 가전·자동차 등 10대 수입품목에서 대미 흑자를 없앤다면 한국은 460억달러(약 53조원)의 수출이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3% 수준이다.
우리금융연구소도 10일 ‘미중 무역협상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2단계 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는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했다. 미중이 손을 잡았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정부는 미중 협상의 구체적 내용을 점검해 한국 경제에 미칠 기회는 물론 위기 요인까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중장기 대책을 꼼꼼히 챙겨야 할 때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