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반 유럽에 카페가 늘면서 커피가 빠르게 대중화됐다. 카페는 늘어나는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보다 빨리 커피를 만드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1901년 이탈리아 밀라노의 루이지 베제라(Luigi Bezzera)가 답을 내놓았다. 수증기압으로 신속하게 커피를 만드는 기계(머신)를 개발해 특허를 신청한 것이다. 이탈리아인들이 애호하는 진한 커피 에스프레소(espresso)는 이렇게 탄생했다. 에스프레소라는 말도 ‘빠르다(express)’와 ‘압축하다(press)’라는 말에서 왔다.
커피는 원래 6~7세기 에티오피아에서 생겨나 이슬람 세계로 퍼졌고 오스만튀르크를 통해 유럽에 전해졌다. 초기에는 커피가루와 설탕을 넣어 끓여 마시는 터키식 커피였다. 이후 천(필터)에 커피가루를 놓고 물을 내려 만드는 드립(drip) 커피가 독일에서 개발돼 유럽에 퍼졌다. 그다음에 나온 것이 에스프레소 커피다.
요즈음에는 대부분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커피를 만든다. 일단 에스프레소를 만든 다음 물을 많이 섞어 아메리카노를 만들고, 1대4의 비율로 우유를 많이 섞어 카페라테를 만든다. 라테(latte)는 이탈리아어로 우유를 의미한다. 1대2의 비율로 우유를 줄이면 더 진한 카푸치노(cappuccino), 1티스푼의 우유만 넣으면 마키아토(macchiato)가 된다.
마키아토는 우유를 점을 찍(marking)을 정도로 적게 넣는다는 의미다. 에스프레소가 모든 커피의 기본이 된다는 점에 착안해 에스프레소맨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축구로 말하면 박지성 선수 같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조직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어디를 가든 ‘데미타세(demitasse)’라는 이름의 작은 잔으로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이들을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시지만 유럽, 특히 남유럽에서는 아직도 에스프레소로 아침잠을 깨운다.
이탈리아 정부가 에스프레소 제조법을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는 소식이다. 이탈리아의 전통 커피 제조법은 전 세계에서 1세기가량 유지되고 있는 만큼 문화적 자부심으로 통할 만하다.
이탈리아 대표 음식인 나폴리 피자의 전통 조리법도 2년 전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커피가 단순히 하나의 기호품을 넘어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날이 오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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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환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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