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투자가의 자금 이탈 추세가 심상치 않다. 외국인투자가는 지난 6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21거래일간 순매도세를 보이며 5조706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다행히 6일부터 순매수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순매수 금액이 워낙 소액이라 안심할 때는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9일 외국인 자금의 이탈 원인으로 외부요인을 꼽았다.
그는 이날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 모두발언에서 “최근 외국인 주식자금 유출이 커진 것은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지수에서 한국 기업 비중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외 불확실성이란 구체적으로 미중 무역갈등을 일컫는다. 김 차관의 말대로 미중 무역갈등이 커질 때마다 세계 증시는 출렁거렸고 국내 증시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더구나 오는 15일 미중 간 추가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증시 변동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MSCI 지수 조정으로 한국 기업 비중이 줄어든 것 역시 이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펀드를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불러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같은 조건인 대만 증시에서 외국인이 오히려 7조원대의 순매수에 나선 것을 보면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결국 외부요인보다는 내부요인, 즉 국내 산업의 미래에 대해 더 크게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국내 제조업을 대표하는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의 장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새로 바통을 이어받아야 할 혁신기업들은 규제에 막혀 싹도 틔우기 전에 고사할 위기에 처했다. 오죽하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타다 금지법과 관련해 “미래를 막아버리는 방법”이라고 한탄했겠는가.
이대로라면 미중 무역갈등이 해결돼도 외국인의 귀환은 기대하기 어렵다. 외부요인은 우리 힘으로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말해봤자 소용없는 외부요인 탓은 그만하고 내부요인 개선에 힘써야 한다. 우선 시장 자율성을 높이고 혁신을 북돋워줘야 한다. 그렇게 되면 미중 무역갈등이나 MSCI 지수 조정과 상관없이 외국인이 다시 문을 두드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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