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움직인 가장 큰 원동력은 부모였다. (중략) 나는 그것을 잘 알아 내 앞에 놓인 삶을 허투루 할 수 없었다. 여유가 없던 부모의 인생에 나는 목숨을 걸고 생을 바쳐 키워낸 딸이었다. (중략) 평생 막노동과 가사노동을 하며 키운 딸이 아나운서가 되어 그들의 삶을 말과 글로 옮긴다. 나와 비슷한 누군가의 생도 인정받고 위로받길 바란다. 무엇보다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우리 모두의 부모가 존중받길 바란다. 기적은 다른 것이 아니었다. 나를 키워낸 부모의 생, 그 자체가 기적이었다.’
<임희정, ‘나는 겨우 자식이 되어간다’, 2019년 수오서재 펴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임희정 아나운서의 이름이 올랐다. 임 아나운서가 쓴 진솔한 글 한 편이 불러온 파장이었다. 글 제목은 ‘나는 막노동하는 아버지를 둔 아나운서 딸입니다.’ 그녀는 유복한 가정에서 든든한 지원을 받으며 아나운서 시험을 가뿐히 통과한 ‘금수저’가 아니었다.
세상이 ‘막노동꾼’이라 부르는 건설노동자의 딸로 태어나, 기적처럼 아나운서의 꿈을 이룬 입지전적 여성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진짜 기적은 자신의 아나운서 명함이 아닌 다른 곳에 있다고 말한다. “날 키워낸 부모의 생, 그 자체가 기적”이었노라고.
한편 정세랑 작가는 ‘지구에서 한아뿐(2019, 난다)’의 헌사에 이렇게 썼다.
“김상순 엄마, 정태화 아빠께. 아무리 해도 로또가 되지 않는 건 이미 엄마 아빠 딸로 태어났기 때문일 거예요.”
2019년의 마지막 달이다. 평범한 우리에게는 올해도 로또가 당첨되는 것과 같은 눈이 번쩍 뜨이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생에 주어진 한 장의 로또는 어쩌면 이미 우리가 긁고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부모의 온 생을 통과해 태어난 우리, 그 자체가 기적이다. 매일 나의 행운과 무사를 그토록 간절히, 새롭게 빌어주는 내 인생의 복권 같은 가족, 그들이 바로 기적이다.
<최성욱 기자>
<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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